일상 속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행복한 추억.
회사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우연히 해외여행에 관한 광고가 나오고 있을 때, 밥 먹는 테이블에 내년에 결혼 계획을 가지고 있던 동생이 있었다. 그때 한 형님이 갑자기, 그 동생 이름을 부르면서 신혼여행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 동생은 아직 구체적이게 잡지는 않았지만, 예비 신부가 유럽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대답을 듣고 물어본 형님은 “너, 별로 가고 싶지 않나 보다~?” 하면서 웃어 보였고,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사람들의 시선은 그 동생을 향했다. 시선을 느꼈는지 우리 모두를 슬쩍 둘러 보고서는 입을 열었다. “제가,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어서요...” 하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자신 없는 기어가는 목소리를 듣고는 다른 형님들이 열변을 토했다. “머야~? 그냥 타고 눈감고 있으면 돼.”, “그게 무슨 소리야~? 낫또 머라고, 너 그러다 재수 씨한테 평생 욕먹는다.” 하면서 웃으면서 한 마디씩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저 미소를 짓고는 다시 밥을 먹었다. 왜냐면 내 아내도 고소 공포증이 너무나 심해서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기 때문이다. 고소 공포증이 너무나 심했던, 내 아내에게는 정말로 엄청 큰 결심을 하고 정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혼식을 우리 큰딸이 3살이 되던 해에 아내가 이렇게 있다가는 드레스도 못 입어 보겠다면서 혼자 날짜 잡고 이것저것 스케줄에 여행지, 숙박업소, 결혼식장, 모두를 혼자 정했다. 나는 그저 운전면허가 없는 우리 마나님의 기사 노릇 하듯이 돌아다니기만 했을 뿐, 어떠한 결정권도 없었다. 아! 한 가지 있다면 결혼사진 찍을 때, 사진작가님께 분명히 말씀드렸다. 계속 웃고 있다가는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으니 제발 적당히! 기쁨이 느껴지는 미소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OK 하고 넘어가자고.
신혼 여행지는 바로 제주도. 이왕 가는 거 우리도 동남아 가서 멋진 리조트 같은 곳에서 보내다 오자고 했지만, 아내는 안된다고 소리를 질렀다. “ 그 무서운 비행기에서! 그 높은 하늘을! 날아가는데! 그것도 몇 시간이나! 응?! 난 못 버텨! “ 나는 시끄럽다는 듯 귀를 후비적거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머릿속에 밥 먹는 동안 유튜브에서 흔히 보는 ”영화 몰아보기 “처럼 아내의 그 고소공포증 때문에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청양의 천장호 출렁다리에서 씩씩하게 가다가 못 가겠다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던 아내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시 돌아왔던 일. 놀이 기구 타러 놀러 가면 나는 놀이기구를 혼자 타고, 아내는 아래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일들. 참으로 가고 싶어 하는 곳은 많은데, 우리 아내는 그놈의 고소 공포증 때문에 즐기지를 못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제주도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타자마자 벨트 매고 내릴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잠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도착이었는데 말이다.
회사 동생의 내년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온 고소 공포증은 밥을 먹는 동안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그 고소 공포증 때문에 겪었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생각하며 그 순간에는 솔직히 같이 못하고 나 혼자 즐기기만 해서 미안하고, 짜증 나기도 했었다. 함께 즐기면 더 좋을 텐데 하고..
지금은 그 고소공포증 때문에 파랗게 질린 얼굴도, 몇 시간 전부터 두려워서 걱정 가득한 이마의 주름도, 어느 곳 하나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아주 뒤통수로 보내겠다는 의지로 감고 있던 모습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그저 내 추억 속에서 만나야 하는 모습들.
예상치 못한 일상에서 불쑥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아내가 가지고 있던 고소공포증 때문에 오늘도 나는 밥을 먹는 순간에 아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이 아침에 늦게 일어나, 사자후를 갈기면서 시작한 아침이어서 기분이 안 좋았다. 그런데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니 차분해지고, 거울로 볼 수도 없는 마음이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가끔 일상 속에서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랑 하는 사람과의 추억이 찾아올 때가 있다면, 슬퍼하며 눈물짓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 사람의 단점 까지도 사랑했었던 나의 모습과 사랑받고 있던 상대방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 지으며 추억 여행을 떠나세요. 잠시 추억에 젖어 미소 지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