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가한 주말 저녁. 주말의 저녁에는 멋진 술안주와 함께 살짝 취하는 것이 직장인의 즐거움 아니던가. 그날은 아마 참치회와 함께 한잔 즐기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큰 딸이 자기 방에서 튀어나오더니 “아빠! 아빠! 아빠도 학생일 때 여자친구 사귀어봤어?” 라면서 궁금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진 얼굴로 물어보았다.
흠... 우리 딸이 요즘 학생들의 연예하는 유튜브 영상에 푹 빠져서 지내더구먼, 이제는 그 방향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아빠? 아빠가 인마 별명이 꽃사슴 사냥꾼이었지~”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게 머야??” 라며 다시 물어보는 딸아이에게 고등학생 시절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었다고 해주었다. 그 별명은 웃기게도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여자아이와는 참 인연이 닿아서 항상 만날 수 있었음에 지어준 별명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다 사귄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이유였다고 말하니 우리 딸이 얼굴을 구기면서 “아빠 못생겼는데?”라고 말한다. 잠시 휴대폰으로 카메라를 켜서 셀카모드로 바꿔서 내 얼굴을 보니.. ‘참, 주름도 생기고 많이 늙었네.. 진짜 나도 이제 40을 바라보는구나..’ 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아빠! 그럼 몇 명이나 사귀어 봤는데?”라는 딸아이의 물음에 솔직히 다 말해주려다 제일 길고 추억이 많은 사람 3명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언제?? 누구??” 하면서 신기한 듯 쳐다보는 딸아이에게 나는 머가 신기하냐는듯한 불쾌한 표정과 눈빛을 보내면서 입을 열었다. 중학생 때 시작한 첫사랑과 고등학교3학년 올라가기 전까지 만났고 이런저런 이야기, 고3부터 만난 아이와 군대 가서 고무신 거꾸로 신어서 헤어진 이야기, 그리고 잠시 사업할 때 만났던 카지노 딜러였던 사람과의 이야기.. 등.. 재미난 드라마 이야기를 듣는 듯 이것저것 딸아이는 물어보고 나는 술 한잔, 두 잔 하면서 추억 여행 떠난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됐지? 그만 가서 놀아라..”라고 말하는 나에게 아빠에게는 대답하기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했다.
“아빠, 나도 그럼 남자랑 사귀어?” 딸아이는 남자친구 있다고 사진도 보여주고 했지만, 그저 자기한테 잘해주고 마음이 잘 맞아서 같이 노는 친구들 정도였는데, 이 질문은 아마도 사랑을 해도 되느냐는 듯한 질문 같았다. ‘이제 중학생으로 넘어갈 나이가 되어가니 사랑이란 감정에 궁금한 건가?’라는 생각에 “그럼 만나 봐야지. 사랑하는 사람이랑 사귀는 게 머가 잘못됐어?” 잠시 인상을 구기던 딸은 “아빠, 엄마 보고 싶다고 울잖아. 나도 그러면 어떻게 해? 헤어지고 울고 그러면? 아빠 또 화내는 거 아니야?”
“괜찮아. 사랑도 받아보고, 주기도 하고, 아파도 하고, 물론 아빠처럼 결혼할 수도 있겠지만, 헤어져서 울보로 지낼 수도 있지, 그렇지만 두렵다고 안 하는 건 바보야.”라고 말하니 더욱더 긴~~~~~ 대답을 원하는 듯 한 얼굴을 하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안주 하나 집어먹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헤어지면 굉장히 괴롭고 가슴이 아프거든? 그런데, 그걸 또 이겨내는 게 사람이야. 그러면서 배우는 것들이 있어. 다음 사람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나의 잘못된 나쁜 습관이나 말투, 행동들.. 그런 건 누가 가르쳐 주지 않거든. 사랑을 주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고, 받는 것도 기술이 필요해. 그걸 배우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한 거지.”라고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물론, 딸아이에게 너무 프리한 연예를 하라는 조언은 아니었지만, 내 경험상 얻었던 것들이 이것들 뿐이라 아쉬웠다. 하.. 부모가 처음이라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답을 해준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쯤.
“그래? 흠.. ” 하더니 자기 방으로 핸드폰을 들고뛰어 들어가 버렸다. 나는 잠시 ‘내가 지금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우리 딸은 똑똑하고 기운이 넘치는 아이니까 믿기로 했다. 이쁜 사랑? 아픈 사랑? 그딴 건 모르지만 내가 믿는 건 우리 딸은 분명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할 사람만큼은, 좋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고, 자신도 많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