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아주 귀여운 녀석들이지만, 다들 종이 다른 아이들이라서 개성도 매우 다르다. 그런데 아주 똑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들 택배 박스와 종이 가방 혹은 봉지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저 조그만 곳에 몸을 구겨 놓고 있는 것이 무엇이 그리도 좋아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그 모습이 매우 귀엽기 때문에 아빠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게 우선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잠시 박스 안에서 몸을 구기고 눈만 멀뚱히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38살의 지금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더욱 좋아한다. 지금 아내와 사별한 지 2년이 지나면서 나의 삶을 돌아보는 큰 계기를 갖게 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아이들은 잘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자책감도 있으며, 매우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져 움츠러들어 있는 상태다.
박스 안의 저 작은 우리 집 고양이를 바라보며 거울을 보고 있는 듯한 모습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 적막을 깨듯이 나를 보면서 놀아달라고 몸을 뒤집으면서 앞발 펀치를 날리는 작은 고양이.
비록 나도 지금은 움츠리고 있지만,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것에 좀 더 익숙해지면, 그때는 해답을 조금이나마 찾을 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도 나에게 냥 펀치를 날리는 우리 고양이처럼 박스 안에서 나가기 위해 멋지게 주먹을 뻗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