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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쟁이 Apr 19. 2024

딸이 나에게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딸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몰랐던 바보 같은 엄빠.

엄빠로 혼자서 육아와 일 모두를 함께 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듯하다.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일 때문에 지쳐서 아이들과의 대화 시간이 적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은가?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야 마음의 여유도 생기는 법이기 때문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일하고 지쳐서 들어와 아이들의 학교 이야기 등 친구사이에서의 갈등과 좋았던 일들에 대해 같이 대화를 하고 싶은데, 대충 들어주는 것 만으로 대화를 했다는 나의 잘못된 생각으로 대한 것이 큰 문제로 돌아왔던 것이다.   

   

 갑자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그 뒤에서 큰 딸의 울부짖으며 소리를 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는 않고 통곡의 울음소리와 비명에 가까운 소리. 아들은 그런 누나에 대해 무언가를 나에게 일러바치듯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빠, 누나가 아빠가 하지 말라는....”

“네가 먼데!!! 내가 얘기한다고!! 설명을 했잖아! 그게 아니라고!!”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나는 누나에게 전화를 바꾸라고 했고, 딸은 울면서 말을 하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아빠가 다시 전화할 테니까 잠시 진정하고 그때 이야기 하자.”

그러고는 30분 뒤에 전화를 걸었다.      


“딸 이제 이야기해봐.”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왜 아빠도 동생도 내 이야기 안 듣고 나한테만 머라고 그래!! 둘 다!!

설거지도 나만 하고 동생은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만 하는데!! 내 말 하나도 안 듣고!! 아빠랑도 대화하고 싶은데 맨날 피곤하다고 하고! 귀찮은 것 같이 대하는 건데!!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딸아이가 나에게 처음으로 울면서 소리를 질르는 것이다. 이제 초등학교 졸업을 하는 딸이 나에게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딸아이도 어린 나이에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동생 밥 챙기고, 설거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인데. 첫째라는 이유로 너무 엄마의 빈자리를 나누어 같이 잘해보자고 이야기했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스트레스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 안 듣는 동생 녀석, 엄한 아빠, 둘 사이에서의 우리 딸.      


“그래, 딸 아빠가 이야기 많이 들어주면 되겠어?”

“응.....”

“그럼 집에 가서 동생이랑 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해보자.”

조금 일찍 퇴근하고 셋이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떡볶이로 일단은 입을 즐겁게 해 주면서 말이다. 딸의 불만을 듣고 동생에게도 집안일 같이 나누어서 할 수 있도록 조율을 해주었다. 그리고 누나 이야기 잘 들어주라고, 이 세상에 진짜 내편은 서로 뿐이니까 서로 말 조심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라 말해주었다. 그리고 아빠도 너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집중해서 진지하게 들어줄 테니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대화를 하자고 했다.     

 

 만약 아내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했을까? 여자대 여자니까 더욱 서로 이야기가 통해서 딸이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괜히 또 자책하게 되는 나 자신이 싫었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남자는 여자를 모르는 것인지. 중학생 되는 딸아이가 방문 닫고 지내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나는 오늘도 우리 아이들을 통해 한 번 더 소통에 대해 배웠다. 바보 같이 나도 아내가 그리워 외로워질 때면, 누군가와 무작정 대화를 하고 싶어 전화번호를 뒤적이면서 말이다. 우리 딸도 충분히 그런 것 일 텐데 내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엄마 같은 존재가 필요했을 텐데..         


  


내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족.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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