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계곡 식당에 다녀왔다. 나는 아이들에게 도착하기 전부터 무엇을 해야 더욱 특별한 추억이 될지 고민했었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장마철이라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 걱정이었다. 해가 쨍쨍하게 내리쬐고 있지만, 혹여 흐려져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안 좋은 일은 물밀듯이 오는 것 같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는데 40분이 지나도 반찬 하나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른 테이블의 음식냄새가 나의 코에 풍겨 왔을 때는 더욱더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계곡으로 뛰어가서 놀고 있는지 눈앞에서 사라지고 덩그러니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다 보니 다른 테이블들을 쳐다보게 되었다.
모임으로 와서 시끌벅적 떠드는 테이블, 두 가족이 와서 막걸리를 마시며 즐겁게 웃는 모습들. 괜스레 혼자 앉아서 테이블이나 지키고 있는 것 같은 내 모습이 약간 처량해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들은 아빠는 안중에도 없이 벌써 계곡으로 뛰어가서 신가게 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왜냐고? 우리 딸의 톤이 높은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은 늦게 나오고, 아이들은 저만치에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고, 나는 혼자 테이블을 지키고 있다 보니 또또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 첫 계곡을 왔는데 이것으로 이놈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 좀 더 재밌게 놀아줄 무언가가 없을까? 하는 생각. 비록 아빠 혼자서 아이들과 왔지만, 남들보다 더 신나게 놀고,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한듯한 강박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참, 바보 같은 생각인데 아내 없이 혼자서 아이들과 외출을 할 때면 이상하게 나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을 한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목이 빠져 버릴 것 같아서 그냥 아이들이 잘 노는지 확인을 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나는 바보 같은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말았다.
"아빠~! 빨리 와봐~! 엄청 시원해!"
하고 소리 지르는 두 녀석.
두 남매가 계곡에서 시원하게 앉아서 입이 찢어지게 웃는 미소와, 눈웃음 가득한 얼굴을 보니 얼마 만에 지어보는 건지 모르는 아빠미소를 지어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에게는 무언가 대단한 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이 요구한 셋이서 계곡으로 나들이, 그거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랬던 것이었다. 특별한 것을 해줘야 내가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이들의 가식 없는, 정말로 행복하게 느끼는 미소 하나면 가슴 벅차게 행복을 느낄 수 있던 것이었다.
특별한 무언가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서로가 곁에서 함께 있음이 소중했던 것이고, 밝게 웃고, 웃어주는 미소 하나면 충분하다. 바보같이 나는 손에 쥐고 있는 지우개를 잃어버렸다고 지우개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항상 우리는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