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버스에서 졸다가 집을 지나쳐 버린 날.
아들 녀석이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다. 아직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한 어린아이라면 어리고, 자신의 개성이 생긴 만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줘야 할 나이라서 다 큰 아이라고도 한다. 우리 아들도 이제는 스스로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누나와 함께 아들은 종합 격투기 체육관을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 체육관이 우리 동네가 아닌 버스를 이용해서 가야 하는 곳이다. 누나는 중학생이 되어버리고 아들은 아직 초등학교4학년이니 체육관 수업을 받는 시간 때가 다르게 되었다. 그래서 차량 운행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이제는 버스를 타고 체육관을 다닐 수밖에 없게 되었다. 딸은 버스를 혼자서 타고 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4학년 아들 녀석이 혼자서 잘 타고 다닐지 약간 걱정이 되었다.
"아빠, 걱정 마. 누나 따라서 몇 번 타고 다녀봐서 괜찮아."
기특하게도 이렇게 말하는 아들 녀석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항상 전화를 해주었다. 버스를 타러 가고 있다. 지금 버스에서 내려서 체육관 앞이다. 수업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간다. 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향하고 있다고 일일이 보고를 해준다. 아빠가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혼자서 다니는 것이 불안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전화를 자주 해주는 아들이 항상 고맙다. 그러다 일이 생기고 말았다.
"나 졸다가 일어났는데, 어딘지 모르겠어요. 아빠. 나 배터리가 다됐어. 어떻게 하지?"
그날 따라서 전화가 올시간인데 안 오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약간 불안한듯한 떨림이 목소리로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걱정 마.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면 돼. 아빠가 데리러 갈 테니까. 다른 데로 이동하지 말고 꼭 그 정거장에서 기다려."
이렇게 말을 하고 다음 정거장 이름을 듣자마자 통화가 끊겼다. 나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를 하고 빠르게 차로 달려갔다.
운전을 하고 가면서 다행히 집에서 그렇게 멀리 까지 가지 않는 것에 감사했다. 그러나 그 정거장은 4차선 왕복 도로 한가운데 정거장이기 때문에 아들 녀석이 불안해하고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해는 사라지고 깜깜한 밤이 되어 버린 시간이기 때문에 불안감은 두려움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혹여나 도로 쪽으로 아빠차를 확인한다고 나와서 차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또는 편의점 같은 밝은 곳을 찾아간다고 정거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서로 엇갈려 버리면 어쩌지? 도로를 거꾸로 걸어가면 집으로 갈 수 있겠지 하는 무모한 생각으로 도로옆을 걷고 있다면? 이런저런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들이 이야기한 정거장에 도착하고 보니 나의 두려움은 전부 쓸모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들은 정거장 옆에서 찐 옥수수를 파는 1톤 트럭차 아저씨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빠는 걱정 때문에 두려움을 가지고 달려왔는데,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아들 녀석.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친화력이 아주 좋은 아들 녀석은 벌써 옥수수 아저씨와 친구가 되었는지 아저씨에게 다음에는 꼭 옥수수 사가겠다는 약속과 헤어짐의 인사를 함께 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달려와 손을 잡았다. 나도 아저씨에게 아들과 함께 있어주어서 감사하다는 것을 고개 숙여 표현을 했다. 그리고는 차를 타고 집으로 아들과 함께 향했다. 옆에서 한참을 재잘거렸다. 이런 경험 또한 재밌었는지 싱글벙글하며 떠드는 아들을 보면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다른 아이들 같으면 불안감과 두려움에 울고 불고 했을 텐데, 이런 담대한 심장을 가진 사내아이로 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특하게도 불안과 걱정을 하게 하는 어린이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또한 아들의 성장에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두려움과 불안감은 점점 사라질 앞날을 기대할 수 있음에 계속 미소가 지어졌다.
앞으로 우리 아들은 어떤 개성과 인격을 형성하며 성장할지 궁금함과 기대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