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여름휴가철이 다가온다. 휴가철이 다가오면 회사 안에는 다들 시간만 나면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고 정신없다. 다들 같은 목적으로 말이다. 바로 휴가 여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당연히 나와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연장자인 조장은 아들이 둘이 있는데, 둘 다 장가를 가고부터는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여행 갈 생각에 신이 났는지, 일주일 전부터 일에 집중을 못하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여기 자랑하느라 전화기를 손에 항상 붙들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도 얼마나 했는지 주문목록에 가득한 상품들을 우리 조원들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이리저리 돈이 많이 들어가는 현실에 해외여행은 꿈만 같은 나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더욱더 금전적 부담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데 말이다. 나의 요번 여름휴가도 되도록이면 신용카드를 덜 사용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고만, 옆에서 자랑질을 해대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 못했다.
이제 정규 작업 시간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와서 잔업을 하기 위해 휴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조장이 관리자들이 다 먼저 퇴근한 것을 보더니만, 퇴근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잔업은 강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은 그 사람의 몫까지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잔업시간까지 다 같이 마무리하는 것이 암묵적인 약속이고, 서로에 대한 배려다. 그런데, 갑자기 그냥 간다고? 이유를 듣고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선글라스를 여행 전 미리 찾아놔야겠다나? 머라나?
조장이 신난 얼굴을 하고 떠났다. 그 모습을 보니 부러우면서 얄밉기도 하고, 저렇게 신나게 여행을 보내려 하는 모습에 대조되는 나의 현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착잡한 기분이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공실로 들어서니, 전자 담배 한 보루가 떡하니 내 책상 위에 있었다. 그걸 들어서 이건 뭐지?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조장이 들어오면서 나를 보고 씩 웃으면서 선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행 가서 선물 고르기 힘들 것 같으니 이걸로 대신하자면서.
나는 바로 어제일은 잊어버리고 씩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멀고 이런 걸 사주시고 그러세요~"
이럴 때 보면 참 나의 뇌는 매우 똑똑한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을 바로 없애버리니까 말이다. 생각이 많은 나는 이럴 땐 매우 심플하다. 창피하게.
자신만의 여행생각에 조원들 생각은 안 하는 줄 알았지만, 작은 선물을 통해서 연륜이란 이런 것이다. 보여주는 것 같았다. 조장의 이런 모습이 얄밉지만 배울 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니,
선물이란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솔직히 조장이 나와 무슨 사이라고 꼭 여행 선물을 사다 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작은 선물로 인해, 어제의 미웠던 사람이 오늘은 기쁨을 주는 사람으로 변했다. 감사하게 받고, 얄미움은 날려 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