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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Jan 08. 2016


좀도둑이 왜케 많아

호주 편

그제 정순 아줌마네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정순 아줌마는 방 네 개짜리 하우스에 장성한 딸아이 둘과 남편과 살고 있는데 도둑이 겁도 없이 사람이 자고 있는 사이에 들어와서 물건을 훔쳐갔단다. 세상에!! 

빈 집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버젓이 자고 있는 집에 들어와 집을 털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 분명 마약을 하는 놈들이 아니고서야 완전 정신 나간 놈들이 분명했다. 


정순 아줌마네에 지난달에도 도둑이 들어서 노트북, 카메라, 지갑에, 얼마 전 새로 바꾼 평면 TV까지 모조리 다 들고 갔다는데 어떻게 온 가족이 하나도 못 들었을까? 허긴 침실이 모두 2층이었으니 1층 거실에서 나는 소리를 못 들었을 수도 있긴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별로 급하지 않게 출동한 경찰이 여기저기 둘러보고는 한다는 말이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잃어버린 물건들 보험에 들어 있으면, 보험사에 신고를 하면 배상해 줄 거라고 했다나… 그리곤 휑~하니 가 버렸단다. 헐~


그런지가 한 달도 채 안되었는데 그제 또 도둑이 들었다니!! 이 번엔 아저씨가 출장 간 사이 두 딸과 정순 아줌마만 자고 있었는데, 자다가 도둑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숨 죽이고 있었단다. 세상에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딸들을 깨워 아래층에 내려가 보니 미니 스테레오랑 전자레인지까지 들고 갔단다. 내게 그 소식을 전해주던 어제 오후도 너무 무서워 딱딱딱딱 어금니가 부서질 정도로 떨린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겅갈린에 사는, 수(Sue)라고 불리는 규철 엄마는 느지막하게 한마디 거들었다. "아이고, 요즘 호주에 좀도둑들이 억수로 극성인가 보네예. 나도 지난주에 쪼끔 어두버질라칼 때 신랑하고 산책나갈라꼬 준비하다가 우연히 이층 창문 밖을 내다봤는데 그 무슨 어느나라 사람인 가는 모르겠는데 백인 호주 사람은 아이고, 뭐 그런 좀 젊은 청년 둘이서 우리 집 차고밖에 세워둔 차 창문을 기웃거리데예. 그라드만 아무것도 못 봤는가 그냥 가데예. 아이고, 심장이 우찌나 뛰던지. 지난번에도 우리 아저씨 선글라스 없어졌는데 그게 아무래도 그놈들 짓이 아인가 싶기도 하데예. 문을 잠가노믄 아예 창문을 깨고 훔쳐가니까 그냥 마 차 문을 잠가노치 말고 그  안에 동전 매 푼 놔놔라 하더라고예. 아이고 좋은 나라 살라고 어렵사리 이민왔드니만 완전히 도둑놈 소굴로 들어온 건 아인가 너무 무서버예..."  


수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2002년 내가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살던 유닛 (unit)에는 지붕만 덮인 주차장(carport)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에 나가보니 운전석 창 유리는 깨져있었고, 그 안에 들어있던 동전이랑 라디오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라디오 팔고 가져간 동전 합쳐봐야 얼마 된다고 ‘차라리 집에 와서 그만큼 돈을 달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걸’하는 쓸데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호주에서 십 대들은 거의 차 문 따기의 도사들인 것 같다. 어떤 특정 지역에서는 방학이면 갈 곳 없는 무리들이 몰려다니며, 그런 기술이나 공유하고 연습하고 다닌다고도 누군가가 말해줬다. 


호주에는 유독 좀도둑이 극성인데 자전거도 자동차도 정말 도난이 잦다. 대부분 돈 없는 십 대들이 술, 담배, 마약을 사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다. 물론, 가난한 이민자들도 그에 많이 가담하는 것 같다. 


주택에도 도둑이 정말 자주 드는데 호주 집들은 정말 자물쇠가 허술해서 따고 들어가기도 쉽고, 또 현장에서 들키거나 잡히지 않는 한 경찰이 그들을 잡을 방도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처럼 성인이 되면서 모든 국민의 지문을 채취해 두는 것도 아니고, 전과범이 아닌 이상 어떤 신상도 기록된 것이 없을 테니 잡을 방도가 없는 거다. 경찰이 와도 그냥 불렀으니 오는 거지 뭐 도둑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로 무장하고 오는 건 절대 아니다. 


우리 집 앞에 세워 둔 내 차도, 밤새 누가 유리창을 깨고 뭘 훔쳐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것이 차고가 넓은 집에 이사를 가서 그 안에 차를 세워두고서야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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