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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Jan 10. 2016

돈 있거나 말거나, 법대로!

호주 편

한국에서 이민 온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50대의 여성분이셨다. 아직 운전면허도 국제면허로 가지고 계셨으니 말이다. 내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던 곳의 AMEP (이민자 영어 프로그램)에서 다른 반을 수강 중이셨는데, 어느 날 우연히 복도에서 지나치게 되었다. 지나가는 인사로 잘 지내시냐고 물었더니, 한숨을 푹~쉬며 지난 몇 주간의 얘기를 시작하셨다.


“아, 말도 마요. 내 차는 완전 다 찌그러져서 폐차하고 이렇게 살아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네? 왜요? 교통사고 나셨어요?”


“내가 교차로에서 분명히 오른쪽 왼쪽을 잘 살피고 건너는데, 어디서 날아온 건지 차 한 대가 번개같이 달려와서는 내 차를 디립다 박는 거예요! 세상에나, 너무 놀라기도 하고 막~ 화도 나더라고요. 그래도 그 와중에도 머리에 ‘교통사고 후유증, 보상금’ 이런 게 막 떠오르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차에서 내리면서 뒷목을 잡고서는 ‘아 내 목, 아야야야’하면서 계속 목이랑 어깨랑 온데 다 진짜 아픈 척을 했지. 왜, 한국에선 다들 그렇게 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그 사람이 다 물어줬어요?”


“쳇, 물어주기는. 내 차는 내 차대로 폐차해 버리고 그 사람 거도 내가 다~ 물어줬네요!”


“아니, 왜요? 그 사람 과실이 아니었나 보죠?”


“내가 분명히 양쪽을 다 잘 살피고 지나 가는데, 그 사람이 부주의하게 과속으로 달리다 와서 내 차를 박은 건 줄 알았거든요. 근데 뭐 ‘기브 웨이(Give Way 양보)’인가 하는 거 있잖아요? 내가 거기 서 있었다나…그래서 내가 백 프로 책임이 있다고 해서 내가 다~ 물어줬지요, 뭐. 아  그때 생각만 해도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어요. 그것도 모르고 막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 꼴이 얼마나 웃겼을까 생각하니. 그러다 돈 물어준 거 생각하면 속상하고 배 아프고.”


“아, 정말 큰일 날 뻔했네요. 앞으론 정말 운전 조심하세요. 여기선 속도가 평균 80km 이상인 곳이 많아서 사고 한 번 나면 접촉사고가 아니라 대형사고가 많거든요. 그리고 여기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 같지 않은 법’은 없어요. 목소리와 상관없이, 돈이 있거나 말거나, 법은 법으로 잘 지켜지더라구요.”


“그러게 말이에요. 여기는 벌점도 많고 벌금도 한국이랑 스케일이 다르다믄서요?”


“네, 벌점도 공휴일이 낀 연휴 같은 경우엔 두 배 (double demerit points)로 받구요, 벌금도 보통 최소 한국의 10배 이상은 되지 싶어요. 지난달에 친구가 60km 제한인 도로에서 70km로 달리고 있었는데, ‘스쿨존’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다고 하더라구요. 11시쯤 아이들이 다 학교에 들어가 있던 시간이어서, 잠시 스쿨존이란 생각을 못했다더라구요. 근데  지난주에 집으로 고지서가 하나 날아왔는데 보니 벌금이 700불인가 몇 백불이 나왔대요. 스쿨존에서 속도 30km 초과했다면서요.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울며 냈다더라구요. 면허 취소 안된 게 다행이라면서요.”


“그럼 7만 원도 아니고 70만 원쯤 되는 거잖아? 아이고, 무섭네. 그럼, 여기 사람들은 왠만해선 교통위반 같은 거 안 하겠네요.”


“안 한다기 보다 뭐, 못 한다는 게 더 맞겠죠? ㅋㅋ 돈이 없어서. 얼마 전엔 한국에서 일하러 온 젊은 사람이, 새벽에 시드니서 캔버라까지 과속을 엄청 했다더라구요. 완전 직선으로 뻣은 고속도로가 얼마나 과속을 하고 싶도록 충동을 일으켰을지, 그것도 새벽에 아무도 없었을 테니 더 했겠지요. 평균 110~120키로로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를, 아무도 없다고 그 사람은 190으로 달렸대요.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그런데, 게다 재수가 없었던 건지, 다행이었던 건지 경찰에게 잡혀서는 그 자리에서 자기 차가 압수되었다더라구요. 같이 경찰서 가서는 벌금 몇 천불 내고, 그 새벽에 친구한테 전화해서 그 친구가 와서 운전해서 데리고 갔다더라구요. 물론, 면허도 정지 먹었다대요.”


“그래, 그런 건 잘했네. 사람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이네. 호주 경찰은 역시 인정사정이 없나 봐~. 허긴 생긴 것도 다들 무슨 거인같이 생겨 같고서는, 인정이고 뭐고 없을 것도 같아... 우리 조카가 한국에 경찰로 있거든요, 근데 한국 사람들은 한 번만 봐 달라고 해서 봐 주면 뒤에 가서  뒤통수치기도 한다더라구요.”


“네? 그래요? 어떻게요?”


“한 번은 어떤 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유턴한 적이 있었는데,  돌자마자 그 바로 앞에 우리 조카 차가 서 있었대요. 경찰한테 잡히니까 빌고 또 빌고, 정말 응급 상황이었다면서 아파서 병원에 급히 가야 한다는 둥하도 손발이 닳도록 애걸복걸을 해서, 다음부턴 절대 그러지 마라고 경고하고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그나마 가벼운 걸로 떼 줬대요.”


“이야, 한국에선 경찰한테 잘 보이면 그렇게도 해 주는군요.”


“에이, 그것도 옛날 얘기지, 지금은 또 몰라요. 암튼, 근데 그것도 나중에 무슨 사이트에다가 자기는 안전벨트 잘 맸는데, 경찰이 이유 없이 딱지 끊었다는 둥 헛소리를 하고 지랄을 했다대~”


“참, 사람들이 화장실 들어갈 때 맘, 나올 때 맘이 다르다더니 정말 너무하네요. 호주에서는 그런 일 절대로 없어요. 국회의원도, 수상도 음주 운전하면 무조건 벌금에 벌점이죠. 경찰한테 대들어도 벌점. 한 번은제가 아는 언니가 어린 애 셋을 태우고 가는데, 애들이 하도 말을 안 들어서 운전해가며 뒤돌아보고 소리 질러가며 갔대요. 근데, 차가 바로 안 가고 가끔 지그재그로 가기도 했나 보더라구요. 그래서 마침 뒤따라 가던 경찰차가 세우라고 했는데 꾸역꾸역 말 안 듣고 개기다가, 결국 세우긴 세웠대요. 근데, 자기의 양육법에 경찰이 끼어들기도 하고 하니까 너무 신경질이 나서 막~ 소리를 질렀대요. 호주 경찰을 물로 본 건지, 생각이 없었던 건지 ㅋㅋ 나중에 어마어마한 벌금 물고는 엄청 후회했다대요.”


“에구머니나, 그래, 왜 경찰한테 소리를 질러, 그 언냐는. 근데, 그건 벌금이 얼마였대요?”


“글쎄요, 정확힌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마 몇 백 불 이상은 됐겠죠? 가끔은 여기 사람들은 너무 법대로 가서 융통성도 없고, 정나미도 떨어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법이 무늬만 법이 아니라는 게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져요. 허긴, 그게 당연한 건데, 감사하게 느껴지니 좀 슬프기도 하다, 그쵸?”




|호주의 경찰과 벌금

호주에서 경찰은 걸어 다니는 진짜 무서운 법이다. 호주 경찰에게 욕을 한다거나 법규를 지키지 않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할 수도 있다.
벌금도 우리나라의 10배에서 100배 정도 된다.

여러 가지 벌금형 중 몇 가지만 보면:

안전벨트 미착용시: 벌금 $319-$1,346; 감점 3점-6점; 연휴에는 감점 두배 (double demerit points)

알코올이나 마약 복용 시: 벌금 $2,200-$5,500; 면허정지 6개월-무제한

과속: 벌금 $2,200-$2,530; 면허정지 30km/h이상 초과 3-6개월

오토바이의 헬멧 미착용시: 벌금 $319-$1665, 감점 3점-9점, 연휴 감점 두배

주차위반: 벌금 $106-$637

운전 부주의: 벌금 $2,200-$5,500; 면허정지 12개월-무제한


호주에서 사람들이 교통법규를 무시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http://www.rms.nsw.gov.au/roads/safety-rules/offences-penalties/index.html

 

더 자세한 호주나 영어관련 정보는 http://koreakoala.com 을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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