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I am out of the office this morning, Sep 26. For urgent requests, contact my manager at edward.hopper@bunchschool.com.
Thank you.
호주 학교에 문의할 일이 있어서 이메일을 보냈더니 위와 비슷한 답장이 바로 왔다. 그 메일을 받고서, 담당자가 오늘 자리에 없다니 내일까지 답변을 기다릴 건지 아니면 매니저에게 바로 얘기할 건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적어도 내 메일이 상대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은 알았으니 수신 여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바로 그다음 필요한 단계를 밟을 수가 있게 되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뉴질랜드 출신인 로버트 씨에게 페이스북 문자가 연속으로 몇 번 온다. 9 씨쯤 되어선 카톡도 "까똑... 까똑..." 거린다. 차분히 저녁 먹고 담소를 나누는 중에 계속 문자 오는 소리가 거슬렸다. 문자가 오면 빨리빨리 답을 하던지, 안 할 거면 소리를 끄던지... 그런데, 차마 그 얘기를 하지 못했다.
한참 잠잠하다 결국 마지막으로 "까똑"하고 고음의 알림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중요한 문자인 것 같은데 답장하지 않아도 되느냐고 했다. 로버트 씨는 가끔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면서 이렇게 문자를 보내서 질문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국 학생이나 중동 학생들에게는 9시가 문자 하기에 전혀 늦은 시간이 아닌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결국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버티다 결국 양해를 구하고 문자들에 답을 달기 시작했다.
유정 씨는 서울의 한 공공 기관에 공문을 보낼 일이 있었다. 최대한 빨리 답이 필요한 거였는데 하루 종일 기다려도 답이 없다.
그다음 날도 기다리다, 시간이 별로 없었던 유정 씨는 점심때가 조금 지나 바로 전화를 했다. 어제 이메일을 보냈던 담당자를 찾았으나 이번 주는 출장이라 모레나 되어야 나온다고 했다. 그것도 모르고 여태 기다렸던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각계 중요한 분들이 많이 계신 단체의 행정직원으로 일하는 경희 씨.
경희 씨가 샌드위치가 많이 남으니 하나 가져가 점심으로 먹겠냐고 했다. 웬 고급 수제 샌드위치 (샐러드와 과일, 차까지 곁들여진)냐니까, 그곳에는 종종 회의 때마다 식사가 제공되는데 인원수에 맞춰 한식이나 양식 식사 세트를 주문한다고 했다. 늘 회의 참석하시는 분들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 참석여부를 알려달라는 단체 메일을 보내지만 항상 답을 주는 정해진 소수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중 외국인 직원은 거의 백 프로 답을 주는데 한국인은 대부분이 안 보내는 걸 당연히 여긴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확실히 빠지는 분들의 수만 빼고 주문을 하는데 가끔은 엄청 많이 남아서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과 호주의 이메일 반응속도는 정말로 크게 체감할 정도로 다르다.
호주의 개인이야 그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학교, 사무실, 조직 등의 공공단체에서는 이메일에 대한 답을 반드시 한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면 없다는 내용이든, 답변은 금방 줄 수 없지만 당신의 이메일은 받았으니 며칠 안에 답변을 주겠다던가, 아니면 단순히 이메일을 받았다는 단문의 내용일지라도 말이다.
한국은 일단 개인적인 레벨에서 내가 느끼기로는 참 많은 사람들이 문자를 '씹는다'.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나이와 상관없이 말이다. 문자가 씹히면 정말 기분 나쁜데, 나중에 상대가 문자를 봤다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하면 더 열 받는다. '보고도 답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이 문제를 놓고 나는 '열 받지 않고 차분히' 한국의 문화와 관련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첫째는 한국인은 참 개인적이라서 그렇다고 생각이 되었다. 나는 외국에서 서양인들에게 한국인은 참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늘 얘기를 했었지만, 요즘 느끼는 한국인은 참으로 몰인정하다. 여전히 한국인은 정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며, 그것도 상대가 나와 어떤 식으로든 상관이 있는 사람, 혹은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즉 '내부 그룹 (inner circle)'에 들어있는 경우에만 그렇다. 그 반대 경우의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외부 그룹 (outer circle)'의 사람들은 예를 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보는 사람들, 길거리 지나는 사람들, 음식 배달해 준 아저씨, 유원지에서 보는 사람들 등에게는 전혀 예를 갖추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한국에 다시 와서 나는 한참 동안 건물의 문을 뒷사람을 위해 잡아주곤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위해 거의가 잡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상대가 나를 아는 사람이면 항상 문을 미리 열어주거나, 잡아주고 서 있었다.
정말 기막히게 다른 두 얼굴이다.
둘째는, 한국인은 원래 상대의 말에 대해 답을 잘 하지 않는다. 상대가 뭐라고 하면 그냥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는 게 예의 바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은 한국인과 전화상으로 얘기를 하다가 전화가 끊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가 끊겼나?..." "아니, 집중해서 듣고 있는에 왜 그래?"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열심히 얘기하는데 상대는 그냥 듣는 거다. 자신이 내 말을 들었다는 표시를 굳이 안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다. (이런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항상 상대의 말에 끊임없이 추임새를 넣어야 하는 영어를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공공단체의 이메일에 대한 답장 속도와 관련하여 한 스카이 대학의 교수님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한국인의 이메일 답장속도는 나와 상대의 관계에 따라, 상대가 나보다 높은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따라 걸리는 속도가 다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흥미로운 생각이라고 하시더니 얼마 뒤 다시 뵈었을 때는 자신이 얼마간 관찰을 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본인도 그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껄껄 웃으셨다. (이런 말을 껄껄 웃으며 하기도 참 어려웠을텐데, 암튼 그렇게 쿨하게 인정하셨다.)
실제로 작년 언젠가 학계의 저명한 학자 스무 분께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따로따로 (단체 메일이 아니라)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중 딱 두 분은 정말 성의껏 답변을 주셨고, 다른 세 분은 자신은 답을 줄 수가 없다는 짧은 메일을 보내오셨다. 나머지 15분은? 그냥...씹.었.다.
한국에서는 한국식의 방식이 있을 테니 한국에 살러오는 외국인들에게는 좋든 싫든 한국식으로 적응하라고 하면 되겠지만, 서구로 이민이나 발령을 받아 가게 되면 그 나라식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첫째, 문자나 이메일이 오면 상대와 나의 위아래, 혹은 내게 미치는 영향과는 상관없이 답을 하자! '나중에 답을 주겠다' 혹은 '모르겠다'라는 짧은 답장이라도 말이다. 특히 기관에 속해있다면 반드시 답을 하자. 아니면, 그 기관 전체가 욕 들어 먹을 수도 있다.
둘째, 답을 하는 경우에도 너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뜸을 들이지 말자! 그냥 보는 즉시 바로 답하자. 아무도 금방 답을 준다고 당신을 가볍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냥 친절한 사람으로, 혹은 당연하게 생각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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