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목요일
오늘 영어시간에는 정말 아슬아슬했다. 영어로 요일을 배웠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요일을 물으면 영어로 대답하는 거였다. 물론, 나는 당연히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영어하고 한국어가 막 섞여서 머리에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선생님이 진영이한테 “목요일이 영어로 뭐지?”하니까 “Thursday”라고 대답했다. 규철이한테는 월요일, 혜빈이한테는 토요일을 물어봤다. 그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생각을 해봤는데 한국어로 갑자기 Friday가 생각이 안 나는 거였다. 믿을 수가 없었다. 숨을 못 쉴 거 같았다. 만약에 선생님이 지금 Friday를 한국어로 물어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완전 긴장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Friday를 물어봤는데 내가 대답을 못하면 다른 아이들은 내가 영어를 모른다고 생각할 거고, 그럼 너무 창피하게 될 거다. 갑자기 아이들이 웃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너, 진짜 호주 사람 맞아? 왜 너 그거도 몰라? 우리는 다 아는데. 하하하!”
내가 너무 걱정했는데 다행히 선생님이 그만 물어보는 거였다. 휴, 정말 진짜 진짜 진짜 다행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다. 내가 호주인이고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왔는데 영어를 못하면 아이들이 놀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영어로 뭘 잘 모르면 아이들은 왜 내가 그것도 모르냐고 했다.
외국에서 몇 년 살다 온 다른 한국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걸 보았다. 그 친구들은 다른 아이들보다는 잘했지만 완벽하게 영어를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친구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큰 강박관념이 지어져 있었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외국에서 몇 년을 살다오면 영어가 완벽해지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그들이 한국의 영어시험을 만점 받기가 얼마나 힘든지 사람들은 잘 모르고 모두 쉽게들 말했다. "영어는 당연히 만점이겠네?" 이렇게 툭 던진 말들에 내 주위 친구들은 공부와는 먼 곳으로 전학 가거나, 예능으로 나가거나, 그냥 공부를 놔 버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