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국뽕이란 말을 자주 접한다. 꼭 나라가 아니어도 내가 속한 무언가를 누가 엄청 추켜세워주면 아무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국뽕은 일종의 명품백을 사는 심리와 비슷한 것 같다. 누군가가 내 비싼 시계나 가방을 알아주면 내가 뭐 더 중요한 사람이 된 듯 으쓱하고, 몰라주면 어떻게든 알아보게 하고 싶고, 그렇게도 못하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듯이.
2000년도 후반에 뉴욕타임즈와 뉴욕스퀘어 전광판에 비빔밥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일이 있었다. 그 당시 엄청난 돈을 들여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한국을 알리고자 했다. 나는 그때 그 광고가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비빔밥이라는 음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그때 광고에 나간 계란은 거의 날계란이어서 먹고 싶은 생각이 더욱 안 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비빔밥에 관심을 가질법했던 채식주의자들조차도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광고했지만 (거의) 아무도 먹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을 거고, 특히 그걸 보고 나서 (거의) 아무도 '저런 음식이 있는 한국이란 나라에 정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더더욱 안 했을 것이다. 둘째로는, 만에 하나 그 광고를 보고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좀 가지게 되었다고 치자. 그리고 거기서 또 어쩌다가 한국이란 나라에 여행을 단기로 오거나 장기로 체류하게 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잠시나마 관심을 가졌던 그 나라가 실제로 와보니 별로 흥미롭지도, 외국인에게 그렇게 좋은 나라도 아닌 거다. 그럼, 계속 머물고 싶을까? 친구들에게 침이 마르도록 한국 자랑을 하고 얘기를 할까? 중요한 건 그런 일시적이고 인위적인 광고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이 나라 안의 변화란 얘기를 하고 싶다. 그래야 어쩌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다가도 계속 살고 싶어지고 또 다시 오고 싶어질 테니까.
요즘 한국의 위상이 옛날보다 많이 올라간 건 분명하지만 주로 유튜브나 TV를 통해, 유명 국내 '거주인'들 덕분에, 우리 대다수는 너무 심한 국뽕에 취해 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하지만 듣고 싶지는 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작 할 말을 못 하고 있다. 왜?... 여론이 무서워서다. 게다가 또 어차피 얼마 후 떠나면 그만이니까.
우리는 여기가 뭐 헬조선이니 해서 떠나고 싶어들 한다. 그런데, 한 번 떠나보면 헬조선보다 더한 헬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건 좀 많이 주관적이고 또 사람마다 다르긴 하다. 하지만, 살면 살수록 여기가 엄청 그리워질 건 분명하다. 이미 떠났거나 떠나려는 대부분도 내 나라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잘 살 수 있었으면 그러고 싶었을 거다.
나는 대한민국이, 여기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도 헬조선이 아니라 살만한 곳이 되면 좋겠고, 여기에 어쩌다 살게 된 외국 태생들도 너무 차별당하지 않고 어울려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 사는 9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외국인들과, 혼혈 한국인들에 대한 얘기는 거의 아무도 안 했다. 누군가는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이 안 했다. TV에 나오는 유명 외국인들은 솔직히 생각하는 대로 얘기했다가는 그 프로에서 잘릴 거니까 못하고, 좀 중요한 자리에 있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일 거고 그냥 일반인은 아무리 불평해봐야 아무도 신경도 안 쓰거나 욕 들을 거 아니까 자기들끼리만 얘기하는 거다.
우리가 외국에서 우리의 위상을 제대로 높이고 싶으면 우리나라를 누구나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게 답이다. 내가 호주에 십 년 살았는데, 의도치 않게 한국인들이 가끔 안 좋게 비치는 걸 보면서 좀 마음이 안 좋았던 적이 많았다. 내가 다시 한국에 살게 되면 한국사람들이, 적어도,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고 욕을 먹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나는 한국이 국뽕에 취하지 않고도 그냥 살기 괜찮은 곳이면 좋겠다. 누구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