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트에서 마주친 중국 로봇

중국 휴머노이드 상용화가 던지는 질문

by 경계인

며칠 전, 한국에서 나온 기사 하나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맴돌았다. 대형마트에 중국산 로봇이 등장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로봇 자체가 놀라운 건 아니다. 공장의 자동화 설비, 연구소의 시제품, 전시회의 볼거리로는 이미 익숙하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우리가 장을 보는 마트, 아이들과 함께 가는 그 일상적인 공간에 로봇이 들어와 있었다.


기술이 드디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느낌이었다.


상하이에서 근 30년을 살면서 나는 이런 순간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 기술이 논문 속을 빠져나와 거리로 나오는 순간. 실험실의 장난감이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 그 순간들은 언제나 비슷한 질문을 남겼다.


이 변화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기술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온다

중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곳은 자전거의 나라였다. 출근 시간이면 거대한 자전거 행렬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그런데 불과 10여 년 만에 그 풍경은 사라지고 자동차의 물결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만 해도 '미래의 자동차'로 불리던 것들이 어느새 거리의 절반을 채우고 있다. 충전소는 주유소보다 더 흔해졌고, 길에서 내연기관 차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번에 마트에 들어온 로봇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머지않아 당연한 풍경이 될 것이다.


기술은 항상 그랬다. 어느 순간 나타나 우리의 일상이 되어 있다.


왜 그들은 이렇게 빠를까


중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한 가지 특징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은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만 봐도 그렇다. 몇 년 전만 해도 걸음마 수준이던 기술이 어느새 공항 안내, 호텔 서비스, 병원 보조 등 다양한 영역에 투입되고 있다.

이런 속도는 단순한 기술 경쟁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뒤에는 노동력 구조 변화라는 현실적 필요가 자리하고 있다.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결국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그들의 태도다. 완벽함보다 속도를 선택한다. 일단 시장에 내놓고 부딪히며 고치는 방식을 택한다. 때로는 거칠어 보이지만, 이 방식이 산업의 성장 속도를 극적으로 높인다.


마트에서 만난 로봇이 우리에게 묻는 것


한국 마트에 들어온 중국 로봇 기사를 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한국은 정밀함과 안정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밀 제조 기술은 누가 뭐래도 따라오기 어려운 강점이다. 그런데 미래 경쟁에서는 다른 요소도 중요해질 것 같다.


누가 더 좋은 기술을 만드는 가도 중요하지만, 누가 더 빨리 기술을 일상에 적용하는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한국이 가진 강점을 살리면서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밀 의료 로봇, 돌봄 로봇, 도시 생활 지원 시스템 같은 분야는 한국 사회의 구조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기술 너머에 있는 것들


사실 로봇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꾸 기술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얼마나 정밀한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하지만 한국 마트의 로봇 뉴스를 마주한 순간, 나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우리 삶에 들어온다는 건 결국 우리의 생활 방식이 바뀐다는 뜻이다. 로봇이 일을 대신하면서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을 테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 기계가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중국은 이미 그 실험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다시 마트 앞에 서서


얼마 전, 나는 상하이의 한 대형마트에 갔다.

이곳에도 로봇이 있을까 궁금했다. 한국보다 먼저 로봇이 들어왔을까.


마트에 들어서니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손님에게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었다. 한국처럼 판매를 하는 것은 아니었고 곳곳마다 사람대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그 옆을 지나갔다.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기술은 이렇게 조용히 스며든다.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마트에서 만난 그 로봇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머지않아 더 많은 기계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른다.


중국은 이미 달리고 있다. 이제 한국은 어떤 속도를 선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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