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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돌 나들이 Sep 25. 2020

방탄의 연설이 나를 울게 합니다

2020 유엔총회 연설을 보다가

9월 23일 방탄TV에 영상이 올라왔다. 2018년에 이어 유엔 총회 연설이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연설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2018년과 달리 방탄소년단 모든 멤버가 연설에 참여하였다. 한국말로 하니 더 마음에 와 닿았다.


       


▲ 함께 살아가자 방탄소년단 유엔 연설 ⓒ 김은숙


 


연설을 듣던 나는 눈물이 났다. 지금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이 보면 또 '세월호 영상 보셨어요?' 하겠다. 세월호 관련 영상을 보면 늘 울었으니까. 방탄소년단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다. 항상 '엄마 미소' 장착하고 영상을 봤는데 이번엔 눈물이 났다. 그만큼 내용이 내 마음을 때린 것 같다. 만약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조금 덜 눈물을 흘렸을까?



알람이 울려도 일어나지 않은 채 빈둥거리다가 오전 8시 30분이 넘어서야 몸을 일으킨다.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출석을 하고 각자의 방에서 동영상 수업을 시청하는 동안 게으른 엄마는 식사 준비를 한다. 집안일 몇 개를 하고 나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한다.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글도 쓴다.



바쁜 것 같기도 하고 안 바쁜 것 같기도 하다. 열심히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생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 하는 중이다.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 남은 허전함과 아쉬움, 일에 대한 미련 등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치 내 사회적 인생이 영영 끝나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코로나19로 핑계를 대서 누구를 만나는 것이 어렵다고, 그래서 안 만난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어도 나는 과연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까? 사람을 만나러 밖에 나갔을까? 아닐 것 같다.



코로나19라는 좋은 핑계를 대며 나는 나 자신 속으로 파고 들고 있었던 것 같다. 뭔가 이것저것 열심히 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동굴 속으로 들어갈 것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방탄소년단 연설의 'Life goes on, Let's live on'이라는 말이 나를 울린다.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RM의 말에 우리가 바로 별이라는 정국의 말이 또 울린다. 진의 말처럼 나도 다이아몬드가 돼서 빛날 수 있을까? 필 땐 장미꽃처럼, 흩날릴 땐 벚꽃처럼, 질 땐 나팔꽃처럼 순간마다, 시간마다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껏 내 내면은 사실 힘들었는데 무엇으로 꾹 눌러놓았던 것이었던 것 같다. 십 몇 년을 일을 했고 자부심도 있었고 즐겁게 일했다가 이렇게 얼떨결에 손을 놓게 되었는데 그게 며칠 안에 다 정리될 수는 없었나 보다. 어쩌면 정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니 이 연설에 이렇게 감정이 터져 버린 것이리라.



We must try to love ourselves, and imagine the future.


BTS will be there with you.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에 살자. 그래 그러자. 또 이 감정이 어느 순간 침잠을 하는 날이 온다면 이 글을 다시 읽자. 나의 하루가 장미꽃처럼 화려하게 피고 벚꽃처럼 예쁘게 흩날리다가 나팔꽃처럼 아담하게 지게. 아무도 그렇다고 하는 사람은 없어도 나 스스로 나를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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