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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B Jun 15. 2020

한캐 국제커플 ep.02 한국발라드가 좋은 이유

음악에 대한 국제커플 이야기


    캐나다 중부 도시, Saskatoon 새스커툰 출신인 캐나다사람 Greg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특히 백인들이 많은 도시인것도 그렇고, 자라면서 아시아에 대한 환상과 선입견을 심어주었던 건 일본뿐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엔 BTS와 다른 한류스타들의 영향으로 K-pop 에 대하여 아는 외국인들이 많아졌고, 한국이 더 알려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뉴스에서 들려오는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만 가득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한국을 전혀 발달되지 않은 아시아 나라들 중 하나로 생각하거나, 전혀 관심을 갖지 않기도 한다. (아무리 지금의 한국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도,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Greg은 음악을 참 좋아한다. 모든 것들에 음악이 꼭 필요하다. 캐나다는 워낙 크기 때문에 무조건 운전을 해야 했고, 그 때는 지금처럼 블루투스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항상 라디오를 들어야만 했다고 한다. 한국의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토크와 음악이 함께 하는 것과는 다르게, 캐나다에서는 대부분 음악만 틀어주는 프로그램이 많다. 또한, 캐나다에서는 법으로 30%는 무조건 캐나다인의 음악을 틀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저스틴 비버나 Drake 같은 캐나다인들의 음악을 많이 듣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한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 없이, 어쩌다 한국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어쩌다 온 한국이 좋아서 벌써 9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Greg. 2011년, 유튜브에서 어쩌다 보게 된 첫 K-pop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첫번째 케이팝은 바로, 현아의 Bubble pop! 현아 특유의 섹시한 매력은 물론, 다른 북미권의 지루하기만 한 뮤직비디오와는 다르게, 퀄리티도 좋고 무언가 많은 스토리라인이 있는 뮤직비디오가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악동뮤지션의 200%를 또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 음악은 지금까지 1,000번도 더 들었을 거라면서 너무나도 좋아하는 한국 케이팝 중에 하나다. 천상의 목소리인 수현은 물론, 악뮤 특유의 음악성, 그리고 귀여운 뮤직비디오까지! 지금도 꾸준히 듣는 걸 보면,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케이팝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면서, 걸그룹은 물론, 보이그룹들까지! 모두 접하다 보니 한국의 음악을 더 자주 찾아듣는 진짜 케이팝 팬이 되었다. 트와이스의 사나를 제일 좋아하고 (원래는 모모였는데, 열애설 이후로 사나로 바뀌었다고 한다), 나에게 처음으로 BTS에 대해서 알려줬던 Greg. 좋은 음악과 좋은 목소리를 처음 듣자마자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좋은 음악들을 골라 듣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캐나다에는 없는 노래방 문화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외국인이 되어버렸다. 코인 노래방에 가서 마음껏 악쓰며 노래부르는 걸 너무 좋아하고, 특히 발라드 가수 중에 제일 좋아하는 '양다일'의 '고백'과 '미안해' 그리고 '멜로망스'의 '선물'은 한국어로 꽤 잘 부르기도 한다. 물론 그냥 자기 맘대로 잘 '부르기'만 한다. (외국인들중에 노래를 잘 하는 친구들은 참 드물다.)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왔던 OST들. 그 중에서 'Lonely night' 과 '아로하'를 좋아한다. 또한, 악뮤 팬으로 '수현'이 나온 '비긴 어게인'을 보다가 '정승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너였다면' 을 듣게 되었는데, 처음 한국어 가사로만 듣고는 노래를 잘한다, 음악이 너무 좋다라고만 하다가, 영어 해석이 있는 영상을 보고는 그 큰 파란 눈이 빨개진다. 눈물 가득한 눈동자로 말한다. 너무 슬프다고, 너무 섬세하게 사랑에 가슴아픈 그 감정을 잘 그려냈다고. 어떻게 가슴이 터질듯한 통증과, 뭘 삼켜 낼 수도 없는 일상들을 이렇게 말했냐고.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건 처음봤는데, 그게 심지어 '정승환-너였다면'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또 오해영' 드라마의 OST. 발라드가 흔치 않은 북미권의 노래들과 너무 다르게, 발라드는 그 섬세한 가사와 선율이 너무 좋다며, 발라드에 빠져있는 이 남자. 한국인 그 특유의 '갬성'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발라드는 한국의 발라드가 최고라고 말하는 이 사람. 우리는 워낙 발라드가 익숙해서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발라드가 주류가 아닌 음악시장에서 자란 것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 특유의 '한'을 노랫말 속에 잘 담아내서 너무 좋다고 한다. 노래를 너무나도 잘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건 물론이고. 


함께 발라드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좋은 음악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너랑 함께 음악 듣는 이 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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