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좋은 책보다 쓰기 좋은 책이 팔리는 시대

당신이 필사하는 이유

1화에 언급했던 '텍스트힙' 현상을 아는가?



책 꾸미기 용품, 필사 노트 등이 출판 시장을 바꾸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필사'는 핫한 키워드이다. 필사모임이나 챌린지를 통해 필사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들. 그들은 왜 필사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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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만 읽는 독서는 머리에 남는 게 없다는 무의식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옮겨 적을 만큼 부지런한 사람임을 알리기 위해서일까?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던 곰처럼 성공자가 되기 위해 필사하는 이들이 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습작했다는 이야기는 또 어떤가.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체화하여 그의 뒤를 이으려는 사람들. 어휘력을 기르고 표현을 배우기 위해 필사한다. 이때 필사는 예술적 행위가 된다. 삶을 고양시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하소설 <토지>, <혼불>, <태백산맥>, <장길산> 등을 베꼈다는 이들도 있다. 하루에 몇 시간씩 1년 가까이를 공들인 이들의 글씨는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한다.


한편 선조들은 책을 빌려 읽고 베껴 쓰는 일에 몰두했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덕무는 책 살 돈이 없어서 빌린 책을 손수 적었다. 글씨체를 연습하기 위해, 성현들의 말씀을 체득하기 위해서 그들은 부지런히 베꼈다.


피카소는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베낀다'고 하였다. '필사'라는 행위가 종이를 낭비하는 일이 되지 않도록 그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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