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왜 쉬이 잠들지 못하니?

2021. 2.17. 육아일기

by 이정원

해솔이의 수면 의식을 위해 방으로 들어갔던 아내가 한참이 지난 후 손사래를 치며 거실로 나왔다.

"나 얘 못 재우겠어."

오늘 첫 번째 낮잠은 폭풍 같은 오열을 동반한 아이의 거부로 실패했고, 두 번째 낮잠은 업기, 아기 띠 하기, 안아서 흔들기, 누워서 토닥거리기 등 여러 방법을 총동원한 약 한 시간의 사투 끝에 겨우 꿈나라로 보낼 수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지만 유일하게 나를 힘들고 지치게 했던 아이 재우기, 밤에도 사투는 시작되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아이 곁에 누워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 온몸으로 잠이 온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도통 자리에 눕질 않았다. 범퍼 침대 구석으로 가서 깔려 있는 이불을 자꾸 들춰내는 아이, 기어코 이불 밑에 숨겨져 있던 동물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는 요를 펼쳐두고 위에 올라앉았다. 사실 오늘 낮에도 아이가 동물 요에 있는 곰, 호랑이, 사자 등의 동물들을 손으로 가리키느라 한참을 잠들지 못하고 앉아 있는 바람에 재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기하게 불빛이라고는 멀티탭의 빨간 불, 전등 스위치의 파란 불뿐인 늦은 저녁의 어두운 방 안에서도 동물 형상을 용케도 구분하는지 낮처럼 이 동물 저 동물 가리키면서 도통 누우려 하지 않는 아이, 우리 아이는 왜 쉬이 잠들지 못하는 걸까?

대학시절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불면증을 얻게 되었다는 아내, 아내는 결혼 초기부터 쉬이 잠이 들지 않아서, 겨우 잠이 들더라도 예민한 탓에 쉽게 잠에서 깨는 바람에 힘들어했다. 슬립 밸런스, 감태 추출물 등 숙면에 좋다는 각종 약품, 건강 보조식품도 복용해 보고 늘 안대와 이어 플러그를 활용하지만 늘 부족한 수면량으로 고통스러워한다. 그런 아내의 눈에 어떤 환경에서도 등만 대면 곧 코를 골며 골아떨어지는 나의 모습은 마치 처음 가보는 동물원에서 그림책 속에서만 보던 사자나 호랑이를 처음 볼 때와 같은 신기하고 놀라운 모습일 것이다.

사실 아내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내가 늘 쉽게 잠에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물론 통상적으로 예민한 등 센서를 가동하여 누우면 곧 잠이 들지만, 다음날 부담스러운 이벤트가 있거나, 마음속 근심이 많거나, 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들 때면(가령 어릴 적 보았던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귀신이나 악마의 이미지가 소환되거나, 책에서 보았던 무서운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 등등) 쉽사리 잠에 빠져들지 못하고 뒤척거린다. 뒤척거림도 보통 뒤척거림이 아니다. 새하얗게 밤을 새우고 30분, 1시간 정도 겨우 눈을 붙인 후 출근을 한 날도 종종 있었다.

아이 곁에 누워 여전히 쉬이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과연 우리 딸은 누굴 닮아서 잠으로 고통받는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동물 요에 그려져 있는 호랑이, 곰 등을 보면서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과감하게 동물 요를 빼낸 후 범퍼 침대 밖으로 치웠다. 누워 있다 다시 이불을 걷어 동물 요를 확인해 보던 아이에게 "이제 동물들 없어, 걱정 말고 푹 자자."라고 말을 건네며 눕히고 토닥토닥거리기를 몇 분, 이후로도 몇 차례 자세를 바꾸며 뒤척뒤척거리던 아이는 곧 쌔근쌔근거리며 꿈나라 여행을 떠났다.

아이를 재우는 데 성공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전리품 동물 요를 손에 들고 거실로 나오면서 아내에게 아이 불면의 이유를 찾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아내는 웃으면서 아마 피곤해서 잠들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아이의 꿈나라 여행을 끝으로 길고 길었던 오늘의 육아도 마무리되었다.

해솔이가 쉬이 잠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결국 오늘 잠이 드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아빠의 돌팔이 처방인지 아니면 아이가 밀려오는 졸음에 백기를 든 것인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쉽게 잠들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태어난 지 14개월밖에 되지 않은 작은 아이 속에도 엄마 아빠의 모습이 알게 모르게 담겨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엄마 아빠의 모습만 쏙 빼닮은 줄 알았더니, 엄마 아빠가 안고 있는 고충도 함께 갖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니 아이의 행동, 습관이 우리의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도 역지사지의 자세로,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때문에 우리의 마음에 큰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 꼭 오늘을 기억하며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의 수면 문제가 차차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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