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6. 육아일기
오늘은 우리 집 육아의 주전 선수 교체가 이루어진 날이다. 3월부터 아내의 복직, 나의 휴직이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3월 개학 준비를 위한 아내의 출근 시작으로 오늘 실질적인 교체가 이루어졌다. 사실, 선수 교체라기보다는 나와 아내의 역할 바꾸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까?
만년 후보 선수로 있다가 주전으로 육아 전선에 뛰어든 첫날, 어떤 일을 하든 딱 3일만 반짝 빛나는 작심삼일 정신을 발휘하여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벽 6시 20분에 말똥말똥 눈을 뜬 해솔이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 열과 성을 다해 놀아주기도 하고, 평소보다 말도 많이 걸어주고, 늘 말로만 쓰던 아이 관찰일지를 실제로 종이에 끄적끄적 쓰는 등 첫날에 어울리는 열정을 푹 쏟았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의지와 달리 늘 그래 왔듯 아이는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법, 첫 번째 낮잠을 자야 할 시간인데 잠들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와 씨름을 하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겨우 아이를 꿈나라에 보냈다. 오늘 아내의 출근 시간이 늦었기에 망정이지, 평소 같은 출근 시간이었으면 하루 시작부터 진땀 뺄 뻔했다.
아내의 도움 없이 홀로 주전 선수가 되어 경험한 육아 시간 동안 감정과 인내심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거림을 경험했다. 14개월 다운 듬직함으로 동물 인형 친구들과 잘 노는 것 같더니만 어느새 울보 공주로 변신하기도 하고, 방금 읽어준 그림책을 또 읽어달라며 끊임없이 다시 건네기를 반복하는 아이. 설상가상으로 두 번째 낮잠을 자야 할 시간인데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고 아파트 전체가 떠나가라 통곡을 하는 아이의 눈물 젖은 눈을 보면서 (부끄럽지만) 내 눈에도 어느새 작은 눈물방울이 이슬처럼 맺혔다. 아내는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매일같이 경험하며 어떻게 1년 넘는 긴 시간을 버텼을까? 내가 어렸을 때도 우리 아이처럼 목청을 뽐내며 크게 울었다는데 전업주부였던 우리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인고의 시간을 견디셨을까?
아이의 울음 농성은 아내의 이른 퇴근 덕분에 극적으로 수습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가 잠든 사이 잠깐의 자유시간 동안 집 앞에 있는 국사봉을 오르며 1년 동안 내가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려면 정말 육아와 아이에 대해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 육아를 위한 체력과 정신력 관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내가 처음 휴직을 결정한 나에게 해준 진심 어린 조언의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같은 내용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마이동풍처럼 흘려들었던 그 말이 한 글자, 한 글자 따가운 바늘이 되어 가슴에 박히는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인가 보다.
오랜만에 출근해서 낯선 일터, 낯선 구성원들과 온종일 씨름하다 온 아내, 현실 육아를 몸소 체험한 나, 하루 종일 목청 높여 울다가 겨우 잠든 아이 모두 녹초가 된 하루였다. 내일은 더, 다음 주에는 좀 더 적응하고 능숙해질 거라 믿는다. 큰 용기를 내 시작한 육아휴직이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에게 헛된 시간이 되지 않도록 초심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