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학 첫 주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고작 3일 근무했는데 몸과 마음의 피로는 벌써 7월 초, 방학을 앞두고 한창 학기말 업무에 시달릴 때와 비슷하다. 1년 동안의 파견의 여파, 그리고 1학년 담임이라는 새로운 경험의 파급력은 꽤 크다.
학교에서는 딸내미 또래의 1학년 아이들과 내내 지내고, 육아 시간을 쓰고 집에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육아전선. 수업 시수는 적다만 딸내미랑 아들내미가 잠들기 전까지 하루 종일 육아를 하고 있는 듯한 아이러니한 상황.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드디어 통잠을 자는가 싶었던 아들내미는 최근 원인 불명의 새벽 종달새 기상을 시작했다. 쪽쪽이, 아빠의 토닥토닥은 씨알도 안 먹히는 강제 알람시계가 따로 없다.
그래도 오늘 직원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니 냉장고에 떡하니 붙어 있는 우스꽝스러운 아빠 그림을 그려놓고 아빠를 기다렸다는 익살스러운 딸내미의 미소를 보니 돌처럼 단단하게 굳었던 온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어제 아내가 힘내라며 바쁜 와중에도 준비해 준 맛난 새참을 떠올리니 마음의 피로가 풀린다.
가끔, 아주 가끔(강조) 결혼을 하고 나서, 그리고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 나의 인생에서 내 마음 가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나의 지분이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생각해 보면 아내와 딸, 아들 그리고 나의 조각이 모두 합쳐져 불완전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던 인생을 보다 안정적이고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생각하던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믿을 구석은 결국 가족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