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실용과 형식 무엇이 중요한가

by 이정원

오늘은 우리 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급식을 먹는 날이었다. 2교시는 영양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낯선 급식소, 급식 적응을 돕기 위한 영양 수업으로 꾸려졌다.


2교시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젓가락 사용법 배우기였다. 젓가락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동영상을 통해 배우고 실습해 보는 활동. 활동의 백미는 젓가락으로 콩 집어 올리기였다.


늘 젓가락 사용이 익숙한 고학년 학생들과 학교 생활을 했기에,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 수업 자체도 낯설었지만, 젓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극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서툰 젓가락질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낯설었다. 어색한 동작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럽다고 해야 할까. 젓가락질을 잘해서 콩을 여러 개 옮긴 아이들의 표정에는 자신만만함이, 젓가락으로 콩 집어 올리기는커녕 젓가락을 쥐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그늘이 드리워졌다.


점심시간이 되고, 1학년 아이들이 실제로 젓가락질을 하는 모습을 영접하였다. 카레라이스와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치킨, 콘치즈 샐러드 등 식판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로 가득했다. 아이들이 낯설어서 밥을 잘 먹지 못하면 어쩌나,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낯선 환경과 음식은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지 않았다. 능숙하지 못한 젓가락질을 의식하는지 음식을 집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맛있는 음식들이 식판에 가득한데 왜 먹질 못하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선생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면 정석이 아닌 젓가락질이 눈에 먼저 들어왔을 터, 초등학교 1학년 예비 학부모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니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젓가락질을 의식하느라 마음껏 음식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DJ DOC의 노래 가사가 문득 생각났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젓가락질 잘 못해도 밥 잘 먹어요'


실용과 형식, 밥을 잘 먹는 것과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잘하는 것. 둘 중에 어떤 것이 중요한가. 아이들의 젓가락질에서 시작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오늘. 문득 떠올려 보니 오늘 저녁 식탁에서는 딸내미에게 잔소리를 하나도 안 한 것 같다. 젓가락질 잘 못해도 좋으니 다른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서 지켜야 할 예절만 잘 지키면서 좋아하는 음식들 마음껏 먹었으면 좋겠다는 게 아빠의 마음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떨리니? 나도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