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출퇴근 생활을 청산하고 춘천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가졌던 한 가지 로망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이었다. 허나 마음만 가득했을 뿐, 출근길 딸내미 어린이집 등원을 담당했던 터라 로망은 로망일 뿐 좀처럼 실현시킬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육아휴직을 하면서 딸내미의 어린이집 등원을 대신 맡아준 아내, 그리고 뜻밖의 은인(?)으로 지난 몇 년 동안 거창하게 계획만 세워왔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일이 곧 실현될 것 같다.
지난 4월 3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율 발표. 미중 무역갈등을 넘어 관세전쟁이라 표현될 전지구적 재앙 속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가 지수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날개가 이런 것이려나. 우리 집 계좌, 내 계좌 구분할 것 없이 너덜너덜해진 주식 계좌를 보니 문득 현관 앞에서 먼지만 뽀얗게 쌓던 자전거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되면 안 그래도 분주한 아침 더욱 부지런하게 움직여야겠지만, 여러모로 좋은 점도 많을 것 같다. 아내의 휴직, 특히나 올해는 무급 휴직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긴축재정을 이어가는 가계 상황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매일같이 교통 체증 속에서 답답한 마음으로 출근하던 출근길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멀리해 왔던 운동도 할 수 있으니 일석 삼조가 틀림없다.
관세전쟁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엄습해 오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벌어질 법한 일들을 미리 생각했음에도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감도 살짝 밀려오지만 트럼프가 쏘아 올린 관세전쟁 덕분(?)에 먼지 쌓인 자전거가 오랜만에 빛을 보고 여태껏 미뤄왔던 나의 작은 로망 하나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세상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자전거로 출근할 생각에 한껏 부풀어 있는 밤. 내일 날씨나 좋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