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게 빼앗긴 내 삶 찾기 프로젝트 <5>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스크린 타임을 우연히 본 후 충격을 받아 시작한 휴대폰과의 거리두기. 한 주 동안의 실천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사용 시간이 지난주 대비 44% 줄었지만, 수요일을 기점으로 하여 다시 SNS와 포털사이트를 들락날락한 결과물은 한 마디로 반쪽짜리 성공이다. 용두사미는 나와 30년 넘게 동고동락한 오래된 습관이다.
아마 기록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실망스러운 결과에 슬그머니 접었을 도전이건만. 이왕에 기록을 하기 시작했으니 포기하지 않고 목표로 한 두 달 동안은 꾸준히 기록하면서 도전을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나, 혹시 모를 일상과 생각의 변화에 대해 솔직하게 기록해 보고 싶다. 일주일에 한 번 도착하는 스크린 타임의 성적표가 나의 휴대폰 사용 습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다만, 그래도 나의 노력이 이만큼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일이 최근 내가 붙잡고 하는 일들 중에 과연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아내와 '단절'과 관련된 주제로 약 10분간의 명상을 했다. 일상 속에서 SNS 게시물을 위해 사진을 찍는 일,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게시물에 적절한 해시태그를 생각하느라, 게시물에 넣을 문구를 생각하느라 흘러 보내는 시간들이 결국 현재를 낭비하는 일이라는 명상 코치의 설명을 들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읽고 있는 책,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 아름다운 풍경 그 자체에 오롯하게 오감을 집중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추억을 남긴다는 핑계로 현재 주어진 시간을 오롯하게 즐기지 못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이번 주말 받아 들 성적표에는 다시 점점 가파르게 상승하는 그래프가 아니라 완만하게 하강하는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