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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ug 18. 2023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별반 다르지 않더라

휴대폰에게 빼앗긴 내 삶 찾기 프로젝트 <4>

  휴대전화와 거리두기. 오늘은 자꾸만 손이 가는 게 쉽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올리는 날이면 자꾸 나도 모르게 앱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게 된다. 오늘은 설상가상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뉴스거리도 있어 후속 기사가 있는가 없는가 포털 사이트 뉴스를 뒤적뒤적하다 같은 기사만 수십 번 읽은 것 같다. 그래도 고무적인 점은 아이와 놀 때만큼은 휴대폰과 거리 두기를 잘했다는 점. 직장에서도, 그리고 집에서도 의식적으로 휴대폰과 거리를 두고 현재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늘은 아슬아슬하게 이번주 평균치에 다다랐다.


  순간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아내와 명상 수련을 시작했다. 사실 거창하게 이야기하여 명상 수련이지, 딸내미 꿈나라 여행을 보내두고 고요한 거실에 앉아 10분 동안 명상 어플 강사의 지시에 따라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는 게 전부다. 짧은 10분 동안 호흡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랴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잠깐의 순간에도 몇 번씩 톡톡 튀는 생각 탓에 10분 동안 생각에 잠겼다 호흡으로 돌아왔다를 수없이 반복하는 것 같다. 10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나의 저질 집중력에 좌절감이 들 때면 "다른 생각이 떠올라도 괜찮습니다. 생각을 알아채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됩니다."라는 명상 코치의 위로 같은 조언이 큰 힘이 된다.


  생각해 보면 하루의 일상 중에 내가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10분 동안의, 짧은 명상의 시간 동안 내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집중하지 못하고 늘 다른 것에 한눈팔다가 흠칫 놀라 다시 집중하기를 반복하는 일상. 늘 반복되는 시행착오 속에 '나는 왜 이모양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속상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내 현재 상태가 어떠한가를 알아채고 다시 집중하려고 시도한다는 자체에 위안을 삼고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작심삼일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휴대폰과 거리두기, 내 삶 속의 소중한 시간을 찾겠다는 프로젝트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실천해 봐야겠다. 최소한 60일 만이라도.


   

밤운동길에 만난 작은 사슴벌레


  제법 선선해진 밤공기를 마시며 걷던 중 귀여운 녀석을 만났다. 단지 내도, 단지 밖 인도도 온통 회색 빛 보도블록 천지라 요즘 들어 세상 구경을 나왔다가 갈 곳을 잃고 생을 마감한 지렁이들이 눈에 자주 띄어 운동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늘 만난 사슴벌레가 참으로 반가웠다. 삭막하게만 느껴졌던 건물 숲 틈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생명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도 따뜻해지고, 용기도 얻는다.


  모두가 잠든 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방 안에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늦여름의 풀벌레 소리가 참 정겹다. 오늘 밤에는 왠지 잠이 잘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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