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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Oct 11. 2023

이제 다시 시작이다

둘째 맞이하는 날이 일주일 앞으로..

  "오빠, 우리 자동차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긴 것 같아."


햇살이 따스했던 어느 겨울날이었다.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점심으로 뜨끈한 해장국을 먹고 오래된 아내의 자동차를 바꾸는 문제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느라 카페에서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그날은 딸내미의 문화센터 유리드믹스 수업 수료날이기도 했다.


다시 출근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의 둘째 임신 소식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딸내미 하원시키러 갈 때까지 멍하게 소파에 누워있었다. 아침부터 수없이 되뇌던 수료식을 맞은 딸내미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야겠다던 생각은 물론 수업도 새카맣게 잊고 하루를 흘려보냈던 그날.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겨울날 우리에게 찾아온 아이가 세상에 나오려 한다. 이제 정확히 일주일 남았다.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사실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꿈인지 생시인지…. 아마 아내와 병원을 찾는 날이면 문득 실감이 날 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첫째 출산을 앞두고 들었던 아빠가 된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 걱정, 육아에 대한 두려운 생각과는 달리 온갖 현실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얼굴도 모르는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들을 상상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 소설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소설의 전 과정, 그리고 결말은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동생이 세상에 나올 날이 일주일 남은 기념으로 딸내미는 칠판에 처음으로 우리 네 가족 그림을 그렸다. 크기도 표정도 각각 다르지만, 머리 모양도 비슷하고, 치마를 입은 모습도 비슷한 앙증맞은 가족 그림. 딸내미가 그린 다정한 모습처럼 우리 가족이 늘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빠도 예쁘게 그려 줄게요!"



다정한(?) 우리 네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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