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주말의 육아일기
퇴근하고 현관문에 들어서니 택배가 잔뜩 도착해 있었다. 처음 보는 낯선 물건들 사이 익숙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세차게 휘적거렸던, 새로 사도 금방 너덜너덜해져 몇 번을 새로 갈았는지 모를 젖병솔, 그리고 아내가 아파트 카페에서 나눔 받아 온 아기 범보 의자까지…. 이제 좀 우리 부부의 공간을 찾아가는가 했던 집이 다시 2020년의 풍경으로 돌아가고 있다. 때아닌 복고(復古) 풍이다.
팬트리에서 다시 햇빛 볼 날만 기다리던 육아 친구(?)들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젖병 소독기와 분유 포트, 모빌과 역류 방지 쿠션, 유아 욕조까지. 추억의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자리 잡으면 이제 우리 가족이 넷이 된다는 사실, 다시 지지고 볶고 육아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을 것 같다.
수술 후 1주일 입원, 그리고 조리원에 2주 동안 가질 회복 기간까지 집을 오래 비우게 될 아내는 이제는 첫째라는 호칭으로 종종 불릴 딸내미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함께 지낼 3주 동안 아침저녁은 잘 챙겨 먹을지, 아빠가 놀이터에는 잘 데리고 나갈지, 그리고 잠은 푹 잘 수 있을지…. 아이는 걱정 말고 본인 몸이나 잘 챙기라며 애써 이야기하지만, 사실 나도 3주 동안 아내 없이 홀로 육아를 해 본 경험이 없기에 걱정이 아예 안 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 같다.
아내 덕분에 조금은 여유롭게, 어쩌면 게으르게 보낼 수 있었던 퇴근 후 시간을 알차게 보낼 궁리를 하며 이번 주말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다른 것은 못 해도 아내가 신신당부한 것처럼 엄마가 없어도 늘 셋이 함께 저녁 산책을 나가던 것처럼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아 줄 수 있도록 작전을 잘 세워 봐야 할 것 같다. 나의 귀차니즘으로 한창 에너지 넘치는 딸내미가 방 안에서 답답해하며 엄마만 찾는 참사가 일어나면 안 될 테니….
넷이 함께 보내는 주말은 어떤 기분일지… 머릿속으로 온갖 장르의 소설을 써 내려간다. 어찌 되었든 아내와 나, 그리고 딸내미 셋이 함께 보내는 주말은 이번 주말이 마지막일 테니 이번 주말에는 우리 셋만의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