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미 가진 것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기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거실의 암막 커튼을 걷어낸다.
이윽고 펼쳐지는 매일 같은 안마산이 보이는 풍경 위의 하늘을 쭉 훑으면서 작은 점 하나를 찾는다. 작은 점은 샛별(금성)이다. 출근하랴 첫째 아이 등원시키랴 바쁜 학기 중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아직 모두가 잠든 아침 거실에서 조용히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은 나의 하루 루틴의 시작이자 즐거운 취미 활동이다.
새벽에 보는 샛별의 아름다움을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휴대폰 카메라에 여러 차례 담아 보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고요한 아침 안마산의 풍경과 대룡산 너머로 해가 떠오름을 알리는 붉은 기운은 온전히 담아내면서 반짝이는 작은 점은 그토록 담기 힘든 것인지.
오늘은 마침 어제 사용하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나와 아내의 만난 기간만큼이나 오래된 카메라가 식탁 위에 올려져 있어 '설마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안마산 방향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늘 먼지가 뿌옇게 앉아 있는 거실 창은 열 생각도 안 했다.
찍힌 사진을 살펴보는데, 안마산 위로 빛나는 작은 점 하나가 사진에 담겼다. 창 밖으로 보이는 샛별이랑 같은 위치에 있는 점인데,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싶어 다시 한 장 찍었더니 같은 점이 그 자리에 박혀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신기한 마음에 이번에는 창문을 열고 다시 한번 셔터를 눌렀다. 나의 부족한 카메라 조작 능력 탓에 예쁘게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분명 샛별이었다. 지금껏 나는 샛별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는 용한 카메라를 이미 가지고 있었음에도 좋은 카메라가 없어서 예쁜 사진을 못 찍는다며 불평불만을 했다.
스마트폰을 쥐고 살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온갖 SNS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마음은 늘 내가 가진 것보다는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더 기울어져 있었던 것 같다. 물건이며, 취미며, 하물며 능력까지. 다른 이들이 가진 것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가치로운 것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되어 방치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하루종일 들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에 지금껏 읽은 여러 책들보다 큰 가르침을 얻었던 오늘. 안마산 위에서 밝게 빛나는 샛별 사진을 보면 이미 내가 지니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앞으로도 새록새록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