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멘시티는 눈부신 도시였다. 해가 지면 이 도시는 오히려 더 밝아졌다. 거리마다 가로등과 네온사인이 동시에 불을 밝혔고, 고층 빌딩마다 수천 개의 불빛이 서로 다른 색으로 깜빡였다.
전광판은 쉴 틈 없이 광고 영상을 내보냈고, 하늘까지 그 빛이 닿는 듯했다. 높은 곳에는 희미하게 달이 떠 있었지만, 이 도시에서 달을 올려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공적인 빛은 모든 자연의 빛을 지워버렸다. 이 도시는 하늘을 기억하지 못하는 도시였다.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보지 않았다. 어깨를 스쳐도 사과하지 않았고,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가끔 눈이 마주칠 법한 순간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서로를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앞만 보고 걸었다.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고, 시선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멈춰 서 있을 때조차 그들은 광고판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은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풍경에 존재하지 않는 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도시에서는 그런 모습이 당연했다.
모두가 무언가를 향해 걷고 있었지만,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가야 하니까 가고 있었고, 움직여야 하니까 움직이고 있었다.
멈추는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살아가는지 생각해야 하기에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그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생각하는 것이 두렵기에, 그들은 쉬지 않고 걸었다.
상점 앞에서는 짧은 대화가 들려왔다.
“이번 주엔 흰색이 유행이래.”
“진짜? 그럼 저번에 산 거 또 바꿔야겠네.”
“그렇게 입어야 남들한테 뭐라 안 듣지.”
그들은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웃음이 흘러나왔지만 금세 사라졌다. 대화는 있었지만, 관심은 없었다.
질문은 했지만, 대답을 듣고 나면 곧 대화가 끊겼다. 그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와 짧게 말을 섞지 않으면 불안하기에, 말이라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감정도 없고 의미도 없는 말들이 도시 위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