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 그들의 대화 주제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그들이 관심 있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르게 보이는 것이 두려웠고, 뒤처지는 것이 두려웠다. 이 도시는 같다는 것이 유일한 안전이었으니까. 서로가 같아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지 않았다. 무엇이 자신다운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과 같게 사는 것이, 그들이 택한 최선의 삶이었다.
광장 중앙에는 초대형 전광판이 있었다. 오늘도 그곳에서는 광고가 재생되고 있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모델이 웃으며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이 제품이 당신을 완벽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 문구가 화면에 떠올랐다.
사람들은 고개를 들었다. 화면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공허했다. 그들은 화면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보여주니까 보는 것일 뿐이었다. 전광판에서 광고가 재생되는 동안, 사람들은 화면을 응시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곧 다시 고개를 숙였고, 손에 쥔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형 전광판과 손 안의 작은 전광판, 사람들은 그 안에서만 하루를 보냈다.
전광판은 곧 다른 광고로 화면을 바꿨다. 사람들은 또다시 올려다보았다. 광고는 멈추지 않았고, 사람들의 시선도 멈추지 않았다. 광고를 보는 것도,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스스로 선택한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도시의 공기에 섞여 그들은 따라가고 있었다.
광고가 말하는 것, 유행이 말하는 것, 그게 이 도시 사람들의 진실이었다. 질문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정말 내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하는 순간, 이 도시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사람들은 가끔 길가에 멈춰 섰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누군가는 곧 말했다.
“거기 서 있으면 안 돼. 사진이 안 예쁘게 나오잖아.”
그 말에 상대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비켰다. 이유를 묻지도 않았고, 불만도 없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화면을 확인하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지워야겠다.”
사진은 사라졌다. 존재했지만, 기록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것에 익숙했다. 잘못 찍힌 사진처럼, 잘못 던진 말처럼, 불필요한 감정처럼.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일에 아무렇지 않게 적응하고 있었다. 존재하는 것보다, 지워지는 것이 편했으니까. 실수하지 않으려면 남들과 같아야 하고, 남들과 다르지 않으려면 자신을 지워야 했다.
상점마다 서로 다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음악들은 도시 전체에 섞여 의미 없는 소음으로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음악을 듣지 않았다. 그들은 소음 속에 자신을 묻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 자신이 살아 있다는 착각이라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소음이 멈추는 순간,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피곤하고 공허한지를 깨닫게 될 테니까.
루멘시티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속삭였다. 멈추지 말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질문하지 말라고. 그대로 살아가라고. 그렇게 웃고, 소비하고, 다음 유행을 기다리는 것이 너희가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고.
사람들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믿었다. 아니, 믿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도시가 그렇게 시켰으니까. 그렇게 살아야 안전했으니까.
그러나 이 도시에서 진짜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피곤했고, 모두가 외로웠고, 모두가 두려웠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서로를 속였고, 자신을 속였다. 하루를 살아냈다는 것으로, 하루를 버텨냈다는 것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다음 날을 준비했다.
루멘시티는 그날 밤에도 끝없이 불을 밝혔다. 사람들은 그 빛 속으로 또다시 스며들었다. 그들의 하루는 끝났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시작되지 못한 채였다. 그리고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