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도시의 끝을 향해

믿음이 머무는 동네

by 제이욥

교무실 안에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말은 공감이라기보다 하나의 결론처럼 들렸다. 그들은 아이들의 배움에도, 아이들의 미래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이번 달도 버티자’는 말이, 서로를 붙들어주는 유일한 말이었다. 교무실 안 공기는 그렇게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모두가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다음 월급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 다른 날의 점심시간이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 교실 안은 아이들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종이봉지에서 햄과 치즈가 든 작은 샌드위치를 꺼냈고, 누군가는 알루미늄 포장을 벗긴 포크로 간단한 파스타를 비벼 먹고 있었다. 종이팩 우유와 사과 조각이 얹힌 플라스틱 도시락 상자가 여기저기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가벼운 웃음소리, 젓가락이 닿는 소리, 책상 위에 플라스틱 포장이 부딪히는 소리가 가볍게 흘러다녔다.


아이들은 음식보다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누가 새로운 옷을 샀는지, 이번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어제 본 영상이 뭐였는지. 대화는 끝나지 않는 소리처럼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식사는 그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배경일 뿐이었다. 먹는다는 행위는 중요하지 않았고, 먹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이안은 창가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도 샌드위치와 종이팩 우유, 작은 사과 한 알이 놓여 있었다. 샌드위치는 반으로 잘라져 있었지만, 그중 어느 하나도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우유는 빨대만 꽂아 둔 채 마시지 않았고, 사과는 껍질도 벗기지 않은 상태로 책상 위에서 굴러가고 있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끝이 샌드위치에 닿아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입으로 가져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점심시간. 어쩌면 며칠 전, 몇 달 전, 몇 년 전과도 다를 것 없는 하루.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앉아 있었다. 주변의 소음은 들리고 있었지만, 들리지 않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무런 이유 없이 한 단어가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카르멘타운.


그 순간 손끝이 멈췄다. 식사와 소음 사이에 그 이름이 불쑥 떠올랐다. 아무도 그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다. 누군가 이야기한 것도, 우연히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며칠 전 들었던 그 대화가, 불쑥 머릿속으로 되살아났다. 가난한 동네. 하루 종일 기도만 하는 이상한 사람들. 돈도 없고, 제대로 된 집도 없다던 곳. 친구들은 그것을 비웃었다.


자신도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겼던 이야기. 그런데 지금, 왜 그 이름이 떠오른 걸까.


‘왜 자꾸… 그게 생각나지.’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으로 물었다. 그 이름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불편하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편안하다고 할 수도 없는 감각.


그곳이 어떤 동네인지 알지 못하는데, 가야 할 이유도, 알아야 할 이유도 없는데. 왜 그곳을 떠올리는 순간마다 마음이 흔들릴까.


그는 책상 위 샌드위치를 바라보았다. 손을 뻗었지만 움직임이 멈췄다. 음식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식어가는 샌드위치가 눈앞에 있었지만, 그건 어쩌면 자신에게 아무 상관없는 물건처럼 보였다.


창밖은 흐렸다. 하늘 너머 어딘가에 그 동네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는 정말로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을까. 모두가 미쳤다고 했던 그곳에서, 누군가는 오늘도 성당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사는 걸까. 그는 자신이 그런 질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그 도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한구석에서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카르멘타운.

그 이름이 이제는 정보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울리는 종소리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소리. 반복해서 울리는 소리. 이안은 책상 위에 멈춘 손을 바라보았다. 식어버린 샌드위치를 집어 든 손끝이 무거웠다. 창밖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 이름을 가만히 붙잡고 있었다.


그는 이유를 몰랐다. 묻지도 않았다. 단지, 카르멘타운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한 채, 창밖 너머 어딘가에서 울릴지도 모르는 종소리를 상상하고 있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장소.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 그럼에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 이름이 조금씩 자신을 당기고 있었다.


하굣길이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후. 아니, 어쩌면 언제나 그랬던 하루. 이안은 인파 사이를 빠져나오며 무심하게 걷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일과를 끝내고 흩어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정장을 입은 어른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든 채 걸으며 통화 중이었고, 작은 이어폰을 귀에 꽂은 누군가는 인상을 찌푸린 채 빠르게 걸어갔다. 옆을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은 어깨를 맞대며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다들 어디론가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목적지가 어디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거리는 붐볐지만 조용했다. 말이 오가고 있었지만, 감정이 들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무언가를 향해 쫓기듯 바빴다. 이안은 그 틈에서 멈추지 않은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 하나, 바쁘게 흘러가는 사람들이었다. 서로 스쳐 지나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교감도 없었다.


도로 모퉁이의 작은 상점들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가게 앞 쇼윈도에는 밝은 전구가 걸려 있었고, 유리문 위로 ‘오늘만 세일’이라는 알림판이 달려 있었다. 이안은 무심코 발걸음을 늦췄다. 무언가에 끌리듯 가게 유리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상점 안에는 손님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는 선반 앞에서 작은 병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다시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상인은 카운터에서 억지 미소를 띤 채 그 손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긴 기다림 속에서도 상인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손님이 겨우 물건을 골라 계산대로 향하자, 상인은 기다렸다는 듯 더 환한 미소로 말을 걸었다.


“좋은 선택이세요. 그 제품 많이 찾으시거든요.”


여성 손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상인은 그의 뒷모습을 향해 작은 인사를 건넸지만, 손님은 돌아보지 않았다.


문이 닫히는 순간, 상인의 미소는 빠르게 사라졌다. 입술이 일그러졌고, 상인은 숨을 한 번 쉬더니 옆 직원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휴, 진상. 그거 하나 사기를 몇 시간이나 고민하는 거야?”


그 목소리에는 피로가 가득 배어 있었다. 다른 직원은 대꾸하지 않았고, 상인은 피로한 눈을 감았다가 문 앞을 다시 바라보며 미소를 억지로 다시 올렸다. 그리고 들어오는 다음 손님에게 기계처럼 말했다.


“어서 오세요.”


이안은 가게 유리문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인이 웃는 얼굴과 사라진 웃음. 그의 마음속 어딘가가 묘하게 식어 내려갔다. 왜 사람들은 사람에게 웃으면서도 미워하는 걸까. 왜 말을 걸면서도 싫어하는 걸까. 그는 그 질문을 떠올리고도 스스로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상점에서 멀어지자 이번에는 길가에 작은 노점상이 보였다. 노인은 손수 만든 인형들을 진열해놓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인형을 흘낏 볼 뿐, 아무도 멈춰서지 않았다. 노인은 한 손으로 의자 팔걸이를 쥔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없이. 팔리지 않는 인형들 사이에서 그는 앉아 있었다.


옆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외면하듯 시선을 돌렸다. 거리의 전광판은 여전히 거대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광고 속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환한 조명 아래, 최신 전자기기를 들고 환하게 웃는 모델들. 모두가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었지만, 광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누구도 화면을 바라보지 않는 것처럼 멍하게 그 빛을 바라보다가, 각자 걸어가야 할 방향으로 흩어졌다.


이안은 그 사이를 걸었다. 아무도 그를 보지 않았고, 그도 아무도 찾지 않았다. 사람들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지만,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언덕 위로 향하는 좁은 길을 따라 그는 천천히 걸었다. 그 길은 익숙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오늘따라 낯설게만 느껴졌다. 왜 걸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왜 집으로 가야 하는지. 그는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언덕 위에 도착하자, 자신이 살고 있는 루멘시티가 내려다보였다. 도시 전체가 불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전광판, 네온사인, 전자 광고. 불빛들은 끝없이 깜박이고 있었고, 도시의 건물들은 그 빛 아래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끝없이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수천, 수만 명이 모여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닿지 않았다. 빛은 있었지만, 온기가 없었다.


도시를 바라보는 그의 가슴 어딘가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도시는 분명 눈부셨다. 그런데도 그 모든 것이 어째서 이렇게 차갑게만 느껴질까.


그 순간, 마음 한가운데서 한 문장이 흘러나왔다.

“내가 사는 이 도시는… 왜 이렇게 공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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