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내 손을 잡아준 아이

믿음이 머무는 동네

by 제이욥

이안은 걷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마음과 분리된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몸이 스스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걸음이 무거운 것도 아니었다. 가볍지도 않았다. 그저 멈출 줄 모르는 발걸음이었다. 그는 주변을 바라보지 않았고, 그가 밟는 흙길 위에서 들려오는 자갈과 마른 흙이 바스러지는 소리도 더 이상 의미를 가진 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이 루멘시티를 떠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그 도시의 경계선이 언제 자신 뒤로 멀어졌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감각이 무디어진 듯하면서도, 묘하게 깨어 있는 느낌이었다. 스스로의 의지로 걷고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의 몸은 이미 누군가에게 이끌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길은 길게 이어졌다. 길옆의 낮은 돌담과 먼지 섞인 바람, 흙먼지에 얼룩진 오래된 길표지판 같은 것들이 그의 시야 안으로 스며들었다. 어렴풋한 햇살 아래에 드러난 길 끝, 마을의 입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이안은 자신이 얼마나 멀리 걸어왔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했다. 그 마을은 처음 봤을 때처럼 낯설지 않았다. 그곳이 가난한 동네라는 사실도, 허름한 집들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기억했지만, 그것들은 더 이상 그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 그곳이 마치 자신이 원래 돌아와야 할 장소인 것처럼, 어쩐지 자연스럽게 마음에 들어왔다.


마을 입구로 향하는 좁은 길 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햇살을 등진 채 걷던 그 모습이 이안의 눈에 들어왔을 때, 그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리엘이었다. 그녀는 그를 발견하고도 놀라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미소 지었고, 그 미소는 아무런 설명도, 의문도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안은 그 미소를 바라보며 입을 열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 왜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를 보고 있는지, 자신조차도 알지 못한 채, 그는 어설픈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나 왜… 다시 왔는지 모르겠어.”


그 한마디는 고백이자 자백이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이끌렸다는 것을,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었고, 동시에 그 감정을 그녀가 대신 설명해주길 바라는 듯한 부탁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리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웃음에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들어있지도 않았고, 억지로 무언가를 위로하려는 마음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이안의 말을 들은 뒤에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아주 조용하게, 아주 당연하다는 듯 행동했다.


마리엘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아무 말도 없이, 이안은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 햇빛 아래 놓인 그 손은 작았고 가늘었지만,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손을 내밀지 못한 채 머뭇거렸지만, 왜 잡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 순간 그의 마음은 이미 손을 뻗기로 결정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결국 그의 손끝이 그 작은 손 위에 닿았고, 아주 천천히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


그 순간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손끝에서부터 그의 팔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 온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왜 이곳에 와 있는지를 설명받은 기분이었다.


마리엘은 손을 잡은 채 뒤돌아섰다. 이안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말없이 가는 길이었지만 이안은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성당일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안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아니, 놓을 수 없었다. 손을 놓지 않고 그녀를 따라가는 것, 그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는 걸었다. 스스로 결정한 발걸음처럼 걸었다.


저항하지 않았다. 의심하지 않았다. 그 손을 붙잡고 있다는 것만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이안은 자신이 무언가를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당 종소리가 아주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것 같았다. 실제 소리인지 마음 속 울림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 소리가 이안의 귓가에서, 가슴 속 어딘가에서 천천히 울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그 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마리엘이 이끄는 방향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다시 생각했다.


‘나는 왜 다시 왔는지 모르겠어. 그러나 지금 걷고 있는 이 길만은, 이상하게도 맞는 길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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