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무작정 다시 나선 길

믿음이 머무는 동네

by 제이욥

학교에서도 이안의 머릿속에서는 카르멘타운이 떠나지 않았다. 수업을 듣는 동안에도,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그는 계속해서 그 마을을 떠올렸다. 마리엘과 나누었던 짧은 대화, 성당 앞에서 들었던 종소리, 그리고 허름했지만 따뜻했던 그 식탁.


모든 것이 선명하게 떠오르면서도 어딘가 꿈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곳은 분명히 존재했던 마을이었지만, 지금 이곳에서 다시 그곳으로 간다는 건 어쩐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감정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수업 시간 내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쉬는 시간이 되자 옆에 앉은 친구를 흘끗 바라봤다. 평소에 친하다고는 할 수 없는 친구였다. 단지 같은 반에서 몇 번 말을 섞어본 정도였다. 하지만 이안은 이상하게도 그 순간, 누군가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말을 꺼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에서 수십 번을 망설이다가,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나랑 카르멘타운… 한 번 가보지 않을래?”

말을 꺼내자마자 이안은 입을 다물고 싶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는 이안을 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카르멘타운? 거길 왜 가? 그 가난하고 못 사는 동네를. 싫어.”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고, 너무나 당연했다. 이안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다. 역시 괜히 말했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친구는 그 뒤로 이안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날 학교가 끝난 후, 이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똑같았다. 변함없는 어두운 거실, 각자의 화면에 몰두하고 있는 가족들, 아무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 집. 그는 익숙한 침묵과 무관심 속에서 조용히 저녁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웠을 때,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왔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가슴 한구석에서 계속 울리는 것 같은 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종소리는 그를 다시 깨어 있게 만들었다.

그것은 분명 카르멘타운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리였다. 어쩌면 그는, 지금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떠올리며 눈을 감지 못한 채 어둠 속에 누워 있었다.


어느 덧 새벽까지 뜬 눈으로 지새웠다. 방 안은 깜깜했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벽을 어렴풋이 비추고 있을 뿐, 형광등조차도 켜지지 않아 어둡기만 했다. 이안은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뜨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는 한참 전부터 눈을 뜬 채 움직이지 못한 채로 가만히 누워 있었는지도 몰랐다.


언제부터 깨어 있었는지, 언제부터 그 상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눈꺼풀을 감아도 눈을 감은 것 같지 않았고, 눈을 떠도 뭔가가 보이는 것 같지 않았다. 가슴 안쪽 어딘가에서 묵직한 돌덩이 같은 무언가가 계속 눌러오는 기분이 들었다. 깊은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듯, 몸 전체가 눌려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상태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그때였다. 아주 작고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은 소리. 종소리였다. 이안은 잠시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히 들렸다. 아니,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카르멘타운에서 들었던 성당의 종소리. 이미 멀리 두고 떠나왔어야 했던 그 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다시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실제로 들리는 소리도, 환청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가슴 속 어딘가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심장 소리와 닮아 있었다. 조용한데 무거운 울림. 이안은 그 소리에 맞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종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장도 함께 박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 소리는 그의 몸 안에서, 마음 안에서 천천히 퍼져가고 있었다.


그는 왜 그 종소리가 들리는지 알지 못했다. 왜 아직도 그 소리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하나를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 그 소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 그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설명할 수도 없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그저 알고 싶었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막연했던 감정이 아니었다. 이안은 자신이 지금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처음으로 또렷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이대로 이 도시에 남아 있는 것으로는, 견딜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 것이다.


이안은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불은 켜지 않았다. 깜깜한 방 안에서 옷을 챙겨 입었다. 그 과정은 서두르지 않았고, 마치 정해진 순서처럼 차분했다. 가방은 챙기지 않았다.


그는 학교에 갈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테니까. 그는 자신이 오늘 학교를 빠진다는 사실조차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다. 부모에게 학교에 다녀오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거짓말이니까. 그리고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안은 알고 있었다. 어차피 누구도 자신이 집에 없는 걸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걸.


모든 것이 조용했다. 부모가 잠든 그 방의 문틈 아래로는 여전히 파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동생의 방 문도 반쯤 닫혀 있었고, 모두들 자신과는 다르게 아주 평온히 잠이 들어 있엇따. 그 모습을 보고 그는 무언가에 쫓기듯 도망치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위해 준비된 길을 걷지도 않았다. 그저 스스로 선택한 발걸음으로, 아주 조용히 집을 빠져나왔다.


새벽 공기는 어두웠고 차가웠다.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넣지도 않았고,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그는 걸었다. 자신의 발소리가 아스팔트 위로 조용히 가라앉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멈출 생각이 없었다. 도망치는 것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다. 그는 다시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카르멘타운으로.


자신의 가슴 안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는 그 종소리를 따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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