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성당, 그 낯설고 고요한 공간
믿음이 머무는 동네
성당 앞에 도착했을 때, 이안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을 중심에 오래도록 세워져 있던 작은 성당은 그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낡고 오래된 회색 벽돌들, 그 위로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그리고 종탑 위에서 내려오는 고요한 침묵. 하지만 그의 시선이 먼저 멈춘 곳은 성당 문 옆에 세워진 하얀 동상이었다. 사람의 형상임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그 얼굴은 어쩐지 이안에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안겨주었다.
그는 그 앞에 멈춰 섰다. 동상 위로 드리운 햇빛 속에서, 그 모습은 빛나지도 않았고, 어둡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 시선을 잡아당겼다. 마리아상이었다.
그는 그 동상을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동상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고, 말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안은 자신이 마치 그 동상에게 바라보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왜인지 모르게 그 눈동자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멍하니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을 때, 옆에서 마리엘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모마리아님이야. 하느님의 엄마시고, 우리를 위해 항상 기도해주시는 분이야.”
이안은 고개를 돌려 마리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꺼낸 사람처럼 조용하고 편안한 얼굴로 동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설명한다기보다, 그냥 알려주고 싶었던 사람처럼.
“언제든 여기 계셔. 그래서 우리가 기도하면… 듣고 계셔.”
마리엘은 짧게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다시 동상으로 시선을 돌린 채,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숨을 삼켰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지만, 그 말이 어쩐지 믿기지 않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마리엘은 이안에게 말없이 손짓했다. 그러고는 성당 문을 조용히 밀었다. 오래된 나무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어두운 성당 안의 공기가 그들에게로 흘러나왔다. 이안은 조용히 마리엘을 따라 그 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당 안은 바깥보다 어두웠지만, 그 어둠은 차갑지 않았다. 벽을 따라 켜진 촛불들이 성당 내부를 조용히 밝히고 있었고, 그 불빛은 작았지만 공간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흔들리는 촛불 아래에서 벽과 기둥의 그림자들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공기는 정적 속에서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고, 그 속에서 이안은 한참이나 멈춰서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그의 몸과 마음을 가만히 누르는 듯했다. 세상이 조용히 멈춘 것 같았다.
마리엘은 조용히 걸어가 성당 의자 중 맨 끝자리에 앉았다. 이안도 그 곁에 앉았다.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은 나란히 벤치에 앉은 채 성당 안을 바라보았다.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내부를 살폈다. 벽에는 오래된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는 이름 모를 인물들의 모습이 빛과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높은 천장과 둥근 창문에서 들어오는 약한 빛줄기. 그 속에서 촛불은 어둠을 밀어내지도 않고, 그저 어둠과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마리엘이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이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리엘은 작게 숨을 들이쉬더니 천천히 성호를 긋기 시작했다. 이안은 그 동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끝이 이마에서 가슴으로, 어깨에서 어깨로 움직이며 그 작은 기도를 완성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입술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녀는 소리 내어 기도하지 않았다. 그 조용한 기도는 이안에게 설명할 수 없는 울림처럼 다가왔다.
그는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을 느꼈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어설프게 마리엘의 동작을 따라 손을 움직여보았다. 자신이 어디에 손을 두어야 하는지도,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그는 흉내내듯 따라하려 했다. 손끝이 떨렸다.
동작은 느렸고, 어느 순간 멈춰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동작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리엘이 무엇을 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몰라도, 자신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조용한 시간이, 자신에게 이상하게도 소중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