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같은 동 사는 형과의 전화통화 얘기야.
ㅡ 형. 저 연천에서 의정부로 이사 갈까요?
ㅡ 왜?
ㅡ 도시 쪽으로 가면 먹고살 게 더 많이 있지 않겠어요?
라는 내용으로 상담요청을 했어. 근데 형은 내 말을 듣고는 한심하다는 듯이, 안타깝다는 듯이 이야길 장황하게 늘어놓는 거야
ㅡ 야. 난 네가 이렇게 하루하루 끓탕 하는 게 이해가 안 가. 네가 지금 돈이 없는 건 아니잖아?
사실 그래. 난 연천이지만 신축 아파트 하나를 대출 없이 가지고 있긴 해. 그런데 내가 고민하는 건, 지금 하고 있는 부동산이 컨설팅 부동산이기도 하고 현재는 시장상황이 매도자 보다 매수자가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는 상황이라 근 2년째 이렇다 할 수익 없이 있는 돈을 까먹고 있는 상황이야.
ㅡ 네가 지금 있는 돈을 까먹기 싫으니까 그런 거지. 그냥 맘 편하게 살어.
ㅡ 어떻게 맘이 편해요.
그랬더니 내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하는 거야
ㅡ 나 같으면 있는 돈으로 쓸 거 쓰면서 살 것 같어.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네가 부양할 가족이 있니? 책임질 처자식이 있니? 그저 네 입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 거잖아. 그냥 막 쓰다가. 나중에 대출 이빠이 받어. 그러고 끝까지 버티다 버티다 파산해 버려.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지.
ㅡ 파산하면 저는 길거리에 나 앉아요? 집은 있어야 할거 아녜요?
그랬더니 더 답답하다는 듯이 그러는 거야.
ㅡ 야! 니가 지금 돈이 있으니까 이러는 거야. 당장 쌀 사 먹을 돈이 없어봐. 니가 뭐든 못 하겠니? 그리고 요즘은 숙식 제공하면서 일할 수 있는 곳 쎄고 쎘어.
형이 하는 말이 너무 답답했어. 자기가 나 같으면 그렇게 살거래. 오히려 자기는 돈을 많이 벌면서 친구를 만나거나 술을 마시러 다닌다거나 하지 않고 있다면서 행복하게 살 지 않고 있대. 오히려 돈 벌어서 식구들 먹여 살리기 바쁘기만 하고, 그렇게 여유 없이 식구들만을 위해서 돈 버는 기계처럼 사는 게 더 불행하대. 마치 누가 더 불행한가 대결하는 것처럼.
근데 이 형은..... 돈을 많이 벌어서 그 돈으로 식구들도 챙기지만. 끄떡하면 일본으로 가서 빠칭코 하거든? 가서 2백이든 3백이든 물 쓰듯 쓰며 취미생활 하고 와. 근데 자기는 자길 위해 쓰는 것도 없고, 그저 겨우. 겨우 빠칭코 하나 한다는 거야.
반면에 나는... 이 형도 인정 했어. 돈이 아까워서 해외는커녕 의정부로 아이쇼핑조차 못 가고 있거든? 기름값 아까워서?
이 형이 말한 자유는 뭘까? 숙식 제공하는 곳에서 일하면서 하루하루 근근이 벌어서 사는 게 자유로운 거야? 그저 그냥 입으로 쳐 들어가는 것만 있으면 여유나 자유로움이 저절로 생기는 거야? 그저 그냥 무기력하게 그냥 숨이 붙어 있으니 사는 행태가 자유로운 삶인 거야?
두 번 다시는 이 형에게 진지한 얘기 안 하려고. 내가 아무리 죽겠다는 소리, 살기 힘들다는 소리 해봤자 이 인간에게는 그저 한심한 인간이 또 쓰잘데기 없는 투정이나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인 것 같어.
정말 내가 쓰레기인 거야? 좀 더 나은 직업, 삶을 찾다 못 찾고 있는 내가 한심한 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