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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호 Sep 30. 2024

그들은 신이 없음을 확신하고 있다

나는 교회에 안 간다. 3명의 목사를 겪고 나서 교회를 버렸다. 미국에서 교회는 신앙도 신앙이지만 커뮤니티 성격이 강해서 어떻게든 정을 붙여 보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시정잡배보다 못한 목사들의 행태를 보고 나서 정나미가 떨어졌다. 그들의 죄상을 열거해 봐야 내 입만 아플 터이다. 

모태신앙을 가진 와이프는 오늘 교회를 갔다. 그리고 네 번째 고통을 겪고 있다. 시골 동네라 목사들의 삶이 낱낱이 들여다 보인다. 


나는 와이프에게 신과 교통 하는데 중개자가 왜 필요하냐고 묻곤 한다. 차라리 무교회주의인 ‘퀘이커’가 더 낫다고 강변한다. 아니면 목사들의 비행이 처자식 때문에 생긴 것일 터이니 딸린 식구 없는 신부들이 설교하는 천주교로 개종하라고 해도 그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내 생각에 신은 없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된 자들이 그렇게 후안무치하고 탐욕스러울 수 있는가. 그들은 신이 없음을 확신하고 있다. 


교회를 안 가니 일요일 오전이 한가하다. 우리 동네에 일 보러 온 도예가 친구가 커피를 한 잔 하고 떠난 뒤 KBS 다큐(트라피스트 봉쇄 수도원)를 또 본다. 영성 없는 설교보다 유튜브가 훨씬 낫다. 1500년 전통을 지켜 온 수도원. 삭발, 채식, 무소유가 원칙이다. 기도와 노동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수도승들을 보면 그들이 진정한 수행자답다. 새벽 3시에 기상하여 예배를 보고 하루를 시작한다.  삭발, 채식, 무소유, 새벽 예배는 스님들의 일상과 일치한다. 수행자들의 삶을 규정하는 원칙과 일과가 똑같은 것을 보면 기독교와 불교로 종교화되기 이전의 복음도 동일할 것일 거라고 나는 유추한다.   


기독교는 타락했고 불교도 지나치게 신격화되고 복음도 윤색됐다. 레바논 주택가에 미사일을 쏘아대는 이스라엘을 보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복음이 있었는가가 의심스럽다. 대궐 같은 절간에 앉아 추행을 일삼는 중들도 같은 부류다. 종교는 순기능도 많지만 폐해도 만만치 않다. 

‘예수와 석가가 우리에게 전하려고 했던 진정한 복음은 무엇이었을까?’ 일요일 아침 나의 묵상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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