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로 세상 읽기] 10월 4일
IT 업계 억만장자들의 사치스러운 삶과 그들이 맞이하는 몰락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아이러니 중 하나다. 그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축적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이러한 성취 뒤에는 종종 파괴적인 개인사가 숨겨져 있다. 오늘자 신문에서 드러난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의 이야기는 IT 업계 억만장자들의 번영과 그늘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을 통해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암호화된 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인정보 보호의 수호자로 찬사를 받았다. 그의 성공은 러시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그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삶, 특히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이리나 볼가르와의 관계는 이러한 공적 이미지와 큰 대조를 이룬다.
한 때 그의 요가 코치였던 볼가르는 두로프와 약 10년간 로맨틱한 관계를 유지하며 화려한 생활을 함께 즐겼다. 그러나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두로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권위적인 인물로 변해갔다. 심지어 자녀에 대한 학대 혐의까지 제기된 상황은 그의 몰락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두로프와 볼가르의 관계는 그 자체로 두로프의 모순된 삶을 잘 보여준다. 공적 자리에서 그는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사치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겼다. 전용기를 타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초호화 리조트에서 한 달에 100만 달러를 쓰는 등 그의 생활은 그가 표방했던 개인 정보 보호와 자유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부러움을 동시에 안겨주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권력과 부에 취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례는 단지 두로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IT 업계에서 억만장자로 성장한 수많은 인물들이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 그들은 초기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자유와 창의성의 아이콘으로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와 권력이 그들의 인간성을 왜곡하는 듯 보인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이들도 공적 영역에서는 혁신과 성공의 상징이었지만, 그들의 개인적인 삶은 종종 가족과의 불화, 윤리적 논란, 또는 법적 문제들로 얼룩졌다.
두로프의 이야기는 특히 그가 표방한 개인정보 보호와 자유라는 이상과의 괴리를 명확히 드러낸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데이터 요구를 거부하고 망명을 선택할 정도로 원칙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가진 권력을 사적으로는 남용하며, 특히 자녀에 대한 학대 혐의는 그의 도덕적 신뢰성을 크게 손상시켰다. 그가 이끌었던 텔레그램은 그 자체로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그의 개인적 삶은 오히려 그가 비판해 온 부패와 억압의 그림자를 닮아가고 있었다.
억만장자들의 사치와 몰락은 사회가 그들에게 부여한 막대한 권력과 부의 이면을 보여준다. 그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들의 사치스러운 삶은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두로프의 사례에서 보듯, 그들이 자랑하는 성공 뒤에는 도덕적 파산과 인간적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한 개인의 몰락이 아니라 우리가 IT 업계의 리더들에게 기대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