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열무만큼 잘 자라고 쓰임새가 많은 채소가 있을까?
열무는 옥토와 박토를 가리지 않고 자란다. 양분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군말 없이 자란다. 계절도 가리지 않는다. 틀밭과는 최상의 조합이다. 물만 자주 주면 어김없이 땅을 뚫고 모양을 드러낸다.
열무는 쓰임새도 최고다. 씨를 배게 뿌렸다가 어린싹을 솎아서 비빔밥에 넣으면 쌉쌀한 맛이 그만이다. 여리면 여린 대로 억세면 억센 대로 먹을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삼겹살 구이를 할 때 쌈으로 애용한다. 열무쌈에 맛 들이면 상추는 싱거워서 못 먹는다. 또 냉면 사리를 삶은 다음 열무를 썰어 넣고 비빔국수를 자주 만들어 먹는다. 여름날 저녁 메뉴로 으뜸이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틀밭에 열무씨를 뿌려놓고 일주일이면 싹이 난다. 떡잎이 떨어지고 본잎이 생기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이때부터 아무 때나 뽑아 먹을 수 있으니 여름철 찬거리로는 최고다. 쌉싸름한 맛은 소화제다. 한약방에서 소화제를 만들 때 꼭 들어가는 나복자가 무 씨다. 열무의 거친 잎은 식이섬유의 보고다. 변비가 있는 사람은 애용해 볼 것을 권한다. 종류는 다르지만 무청도 효과는 엄청나다. 땅을 뚫고 나오는 기운을 보라. 무청을 삶아 먹으면 암도 고친다고 했다.
마켓에서 사 먹는 열무와 길러서 먹는 열무 맛은 비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