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서평] '실격당한 이들을 위한 변론' - 김원영 -
졸업 이후에 독서량이 줄기도 했지만, 도서관 대출을 통해서가 아니라, 따끈따끈한 신간 도서를 통해 책을 보는 것도 꽤 오래 되었다. 어느 한 페친의 서평글을 보고 흥미가 생겨 오랜만에 구입한 새 책.
이 책은 '잘못된 삶 소송'이라 이름지어진 어떤 소송을 모티프로 한다. 이 소송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그 출산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음으로써 자신과 부모에게 손해가 발생했음을 이유로 산부인과 의사어게 제기하는 민사소송의 한 유형이다.
우리는 대부분 태어날 아이의 장애가 예상될 때, 그 아이는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는 자녀의 장애가 예상됨에도 출산을 결정한 부모에게, 본인과 아이를 힘들게 할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의아함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나 생명윤리적 이유 따위를 들지 않더라도 자녀를 태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옳은 결정일까? 아이도 그 결정에 동의할까? '부존재-태어나지 않음'이 '존재-태어남'보다 나은 결정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장애' 역시 누군가의 삶을 구성하는 일부라면, 장애를 인위적으로 제거하거나 태어나지 못하게 막는 것은 비장애인과는 다른 나의 인생을 만들어갈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변호사이자 본인 역시 휠체어 장애인인 저자 김원영은 인생 경로를 결정하는 복불복 제비뽑기에서 '장애'라는 쪽지를 받아들어 '실격'판정을 받은 우리들에게, 변론이라는 형식을 빌려 '인간 실격'이란 없음을 변호한다. 그것이 비록 우리의 '정신승리'라 할지라도.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
(사계절, 2018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