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 진열된 축구 유니폼.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들어봤을 '블록 코어 룩'.
축구나 야구, 스포츠와 관련된 유니폼을 일상복으로 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영국 축구펍등에서 팬들이 입는 옷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한 이 패션은 전 세계적인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셀럽들이 이를 방송이나 일상에서 매치하기 시작했고, 이에 여러 일반인들에게까지 이 패션은 '힙한 룩'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실 나는 패션을 잘은 모른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내게 이런 패션 트렌드는 반가울 따름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수록 축구 유니폼에 대한 관심은 많이 늘어날 것이고, 자연스럽게 유니폼에 대한 관심은 축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아무렴 어떤가. 하나의 트렌드는 곧 소멸하고 없어지겠지만 이렇게 조금이라도 축구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만으로도 내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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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났다. 실제로 여러 일상에서 체감한다. 여성분들은 물론, 어린아이들도 축구 유니폼을 입고 지하철에 타는 경우를 꽤 본다. "어? 축구 좋아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내적 친밀감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하나의 패션으로 시작했지만, 관심이 아예 없다면 입고 다니지도 않지 않을까?라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런 하나의 패션 흐름과 함께, 여러 팝업 스토어나 유니폼과 관련한 업체들이 점점 늘어나고 또 커지고 있다. 내가 콘텐츠를 하면서도 느낀다. 다양한 축구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이 이 유니폼 관련 된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저기서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뛰어드는 듯하다. 사람들의 수요가 넘치는 곳에 플레이어는 진입하기 마련이고, 결국 그 시장은 더 커진다.
어쨌든 이런 흐름 때문일까?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 오버 더 피치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고 한다. 그 주최하게 된 내막이나 맥락은 전혀 모르지만, 명품의 상징이기도 한 이곳에서 유니폼을 판매한다고 해서 한달음에 다녀와봤다. 실제로 내가 보고 느낀 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처음에 딱 들어갔을 때는 "잉?" 싶었다.
그 이유는 매우 주관적이었는데, 두 가지의 파트가 나뉘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사인 유니폼에 대한 전시와 함께 판매를, 한쪽에서는 기성 유니폼 혹은 오래된 레전드 유니폼등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 두 가지가 나뉘어서 아쉽다는 게 아니라, 같은 층이더라도 한쪽과 한쪽의 거리가 있었기에 아쉬웠다. 나뉜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게 만약 하나의 매장에 합쳐져 있었더라면 더 임팩트가 셌을 것 같다.
이건 아마 갤러리아 쪽과 디테일한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결정했을 사안이겠지만, 한 명의 소비자 혹은 한 명의 축구 덕후로서 이런 도전이 너무 뜻깊다고 생각했기에 아쉬웠다. (같이 갔던 친구는 별생각 없었다). 내가 옛날에 일했던 곳의 대표님이 맥킨지 출신이었는데, 그분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어떤 행사를 기획하면서 행사 포스터를 홍보하기 위해 여기저기 2-3장씩 붙이고 다녔는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쪽 면에 10장을 붙이라고. 왜요?라고 물어보니, 사람들은 하나의 이미지를 기억하는데 그게 크고 더 임팩트 있을수록 기억에 잘 남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물론 정답은 아닐 테지만, 내가 만약 오버 더피치의 기획자라면 그런 식으로 접근했을 것 같다. 왜냐면 압구정 갤러리아라는 곳의 특성상, 유니폼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올 텐데 시각적으로 압도해 버리는 게 좋지 않았을까? 물론 이건 주제넘은 피드백이기에 각설하고.
두 파트로 나뉘어 있었다는 걸 제외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팝업이었다. 한쪽은 저지 부띠크라고 해서, 전시 겸 판매가 이뤄지는 갤러리 같았다. "아니 이걸 어디서 준비했지?" 싶은 사인 유니폼들이 즐비했고, 그 판매 가격 또한 후덜덜했다. 몇십만 원부터 몇백만 원까지. 근데 내가 만약 진짜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하나쯤 갖고 싶을 수도 있겠더라.
그리고 한쪽은 흔히 보는 유니폼 샵 같았는데, 맨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옷들을 메인으로 옛날 올드 유니폼들도 팔고 있었다. 가격대는 뭐 우리가 늘 봐왔던 그 정도. 15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 오히려 올드한 유니폼일수록 아이러니하게 가치가 올라간다. 희소성과 소장 가치 때문일 것이다.
참 이게 유니폼이라는 게 이래서 시장성이 있는 것 같다. 입기 위해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모으기 위해 사는 사람들도 있다. 약간 조던 신발 같은 종류라고 해야 될까. 실제로 조던 신발을 신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자신의 애정으로 모으는 사람들도 많다. 그 금액대는 정말 몇백만 원부터 몇 천만 원까지. 그리고 그걸 비즈니스화시킨 것이 크림이나 솔드아웃일 것이다.
그 말은 그만큼 수요자와 공급자가 충분하다는 이야기이고, 이걸 비즈니스화시켜도 돈이 된다라는 판단이 있었을 테다. 유니폼도 마찬가지로 그 전철을 밟을 것이라 생각한다. 30년이 된 유니폼, 혹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가 되는 게 아니라 계속 가격이 올라간다. 모으는 수집가들이 있기 때문.
그렇다 보니, 이렇게 유니폼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팝업스토어는 꽤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명품관에서 했다는 것 자체가, 유니폼 구매가 덕후들의 취미 영역에서 앞으로는 소장과 판매 미술작품의 그것들과도 궤를 같이 할 수 있는 시작인 것 같다. 굉장히 큰 의미부여를 했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그랬고 그 첫 시작을 오버 더피치가 파이오니어답게 연 것 같다. 그 시작은 미비할지라도, 정말 끝은 창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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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팝업이 모든 사람들에게 재밌는 소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처럼 축구를 좋아하고 유니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슬쩍 다녀오기 좋다. 사인 유니폼을 눈으로 직접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여러 올드 레플리카들을 보면서 이건 몇 십 년 전꺼네 하면서 그 시절을 떠올리는 재미도 있다. (물론 같이 간 친구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축구 유니폼을 구경한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고 그 도전과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다시 위에 언급한 블록코어 룩으로 돌아오자. 아마 이제 이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다. 그럼 여기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는 딱 하나다.
남들보다 제대로 된 유니폼을 많이 공수해서 팔거나, 아니면 낙수효과를 노린 악어새 같은 사업을 하거나. 선수 마킹이나 유니폼 전용 액자를 판매하는 것 등이 될 것이다. 또는 중고거래 마켓이나 정품 인증 서비스 같은 것들도 그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뭐가 됐든 간에 이런 파트에서 제대로 하는 선수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렇게 경쟁이 시작될 때 이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리라 믿는다.
그런 순간이 되면, 대중적인 인기는 조금 더 높아질 것이고 동시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순간 어쩌면 유니폼은 명품처럼 희소한 가치를 지닌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은 게 될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 이게 명품이 된다면, 당연히 구단들의 가치나 수익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머나먼 꿈같은 일이라고? 어쩌면 아닐 수 있다. 눈앞에 당장 펼쳐질 일일수 있고, 그 흥미롭고 즐거운 광경을 나도 직접 목도하고 싶다.
정말 축구 유니폼은 명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정 : 2023. 7. 17(월) - 30(일)
•장소 : 갤러리아 압구정 명품관 WEST 5F (ART494 & LAB494)
•운영시간 : 월 - 목 10:30 - 20:00 / 금 - 일 10:30 - 20:30)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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