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뿌듯하다.
"이거 될까?"
"아니 이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혼자 계속 되뇌던 말들. 실제로 일단 시작은 했지만 걱정이 더 앞섰다. 내가 예상한 대로 이게 흘러갈 수 있을까? 혹시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 어쩌지. 혹은 너무 실망해서 일찍 일어나면 어떡하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꽤나 오랜만에 긴장을 했고, 또 그래서인지 더 열심히 준비했다. 내 진심이 조금이라도 느껴지게 하기 위해. 당연히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만, 적자가 났다. 그럼에도 큰 후회는 없다. 이런 도전들이 쌓여서 결국 내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모임이 끝난 뒤 한 번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점에서 아쉬웠고 또 어떤 점에서 괜찮았는지. 부족한 점은 추후에 보완하고, 잘했던 점은 그대로 살려야 하니까. 그래야 조금씩 나아질 거고,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더 와닿을 거니까.
해당 행사를 왜 하게 되었는지는 여기 글에 써두었고, 신촌 오퍼스바에서 진행을 하게 되었다.
https://brunch.co.kr/@koreanyayatoure/101
이번 FF 모임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염두한 것은 딱 하나이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그것은 축구로 서로 친해지게 되는 것이었고, 축구가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그 믿음. 이걸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모든 프로세스와 콘텐츠를 준비했다.
그런 면에서 또 하나 배웠다. 단 하나의 가치에만 집중을 해야 참여하는 사람들도 명확하게 이해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즉 여기에 참여한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서 인지를 시켜주는 것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게 내 주관적인 판단일 뿐, 다른 케이스를 보지 못한 안일한 시각일 수도 있긴 하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좋았던 점을 먼저 정리해 보자.
- 3만 원이라는 돈을 내고 사람들은 여기에 왔다. 그렇기에 그 돈이 아깝지 않은 만족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고, 어떻게 하면 첫인상을 좋게 만들까 하다가 웰컴 레터와 간단한 선물을 준비했다. 인원수에 맞춰서 준비를 했고, 그것을 첫 입장과 동시에 인사를 하면서 전달을 했는데 꽤나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
웰컴레터에는 내 생각과 타임 테이블, 질문카드가 담겨있었고 선물은 내가 직접 준비한 스티커와 과자 등이었다. 7시에 모임을 시작하면 배가 고플 줄 알고 미리 요기를 하라는 차원에서 드렸지만, 사실 이걸 바로 먹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 점이 의외이기도 했다. 차라리 선물처럼 주지 말고, 테이블마다 깔아 두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 같다.
-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자리를 골라 앉는 것이 아니라, 지정 좌석을 마련해 두었다. 그 지정좌석은 나름의 기준으로 미리 짜두었고, 그 화면을 입장하자마자 볼 수 있게 띄워두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디에 앉을까? 하며 혼란스럽지 않게 바로바로 착석할 수 있었다.
사실 스탠딩 파티나 네트워킹 파티 등은 이런 지정좌석제를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한국인의 정서상 그런 파티 문화보다는 다 함께 조별로 즐기고 게임하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식 행사가 더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굉장히 클리셰적이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퀴즈쇼를 준비했다. 퀴즈쇼와 골든벨. 어디선가 많이 본 콘텐츠이고, 워크숍이나 MT 같은 곳을 가면 빠질 수 없는 게임 중 하나이다. 이런 식으로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퀴즈쇼를 준비했고, 경품도 따로 마련해 두었다. 비싸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받고 좋아하길 바랐고, 실제로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 3가지 외에도 아마 참여자들이 느끼기에 좋았던 점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따로 기재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 그럼, 이제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들을 한 번 회고해 보겠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맥주를 마시는 등 어우러지는 데에는 큰 이슈가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아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이 분명 있었는데 그거에 대해 어떤 점을 어떻게 고칠지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 퀴즈쇼를 하면 적어도 30분은 걸릴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웬걸? 길어야 20분이었다. 총 11개의 퀴즈쇼 문제를 준비했는데, 막상 이걸 다 풀어내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나 스스로도 매우 당황했고, 그 와중에 나름의 대처를 한다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기도 했는데 쉽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행사의 예상 종료 시간이 10시 30분이었는데 약 다 끝나고 나니 9시 40분 정도가 되었다. 약 50분이 붕 뜬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그냥 9시 40분에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더 추가했다. 참여자분들은 그려려니 하고 말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쉬웠다. 이 시간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능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부터는 퀴즈쇼를 하더라도, 조금 시간이 필요한 형태로 기획을 해야 할 것 같다. 문제내고 정답을 바로 외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팀끼리 협의를 하든 아니면 미션을 풀든 간에 조금은 더 시간을 끌 수 있는 형태가 좋을 것 같다.
- 맥주를 기본적을 330ml 3병을 드렸다. 총 1000cc 정도이기에 맥주 500으로 2잔 정도라고 생각을 했고, 당연히 나는 이 정도의 맥주는 금방 비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웬 걸? 사람들이 굉장히 천천히 마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천천히 마시는 것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래도 2시간 내로는 다 먹고 추가적으로 술을 시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자리에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행동한 걸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맥주 1-2병을 먹고 텐션을 높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게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술에 취한 사람이 없어서 사고가 나진 않았다. 그럼에도 이런 모임에서 어느 정도 술을 마셔야 사람들이 더 기분 좋게 놀고 할 텐데, 그런 모습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음에 할 때는 맥주를 먼저 깔아 두는 것도 좋지만, 직접 생맥주 기계등을 통해 가져가서 먹게끔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3병이라고 딱 정해놓으니까, 그거 외에는 따로 마시지 않았는데 그 점은 내 예상을 너무 빗나가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외에는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내 기준에선 조금 크리티컬 했다. 더 사람들이 즐겁게 또 만족스럽게 놀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디테일하게 기획을 해야 한다는 다짐도 스스로 했다. 아쉽지만 이건 아쉬운 대로 덮어두고, 이제 또 다음 기회 때 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어쨌든 행사는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만족의 여부는 내 손을 떠났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 진심이 느껴졌다면 만족했을 테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쉽지만 다음에 더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
이 시도를 직접 해본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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