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 트라이포트
잘은 몰라도, 축구펍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상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들. 경기를 보면서 환호하고 탄식하는 소리. 분주하고 바쁜 펍의 분위기. 경기 승패에 따라 씩씩 거리거나 즐거워하는 모습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 이미지들의 출처는 모두 영국일 것이다. 축구펍이라는 문화 자체가 사실 영국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고, 동시에 가장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루는 것이 이곳들이기 때문이다.
여러 곳의 축구펍을 돌아다니면서 저마다의 특색이 분명했다.
- 어딘가는 큰 스크린이 압도적이어서 매력적이었고
- 다른 곳은 혼자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붐벼서 좋기도 했다.
아쉬운 점들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그 점에 대해 따로 다루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이런 시도들을 하는 것 자체가 더 의미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동시에 언젠간 나도 축구펍을 만들어보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다시 정리하면, 이번에 방문했던 트라이포트는 갔던 곳들 중에 매우 인상 깊은 편에 속한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존에 없던 느낌을 받아서였을까. 아니면 그 공간의 분위기가 주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정확하게 무엇 때문이다라고 하기에는 어려웠지만,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오늘은 그 트라이포트에 대해서 한 번 다녀온 후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사장님이 조금 특별하다. 대부분의 이런 축구펍이나 스포츠펍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 대부분 축덕이다. 그렇지 않은 사장님을 보기 어려울 정도. 그만큼 열정과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근데 여기 사장님은 축구팬이시자 동시에 음악 애호가이시다.
그런 이유는 딱 들어가기만 해도 바로 유추할 수 있다. 음악과 축구에 관련한 여러 가지 굿즈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사장님께 여쭤보니, 실제로 9년 전 첫 시작은 '오아시스 펍'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락과 음악을 사랑하셨고, 오아시스 펍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맨체스터 시티의 굿즈들도 준비해두셨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트라이포트'라는 이름으로 변경을 하였고 현재는 그 두 가지 이름이 같이 불린다고 한다.
"트라이포트는 무슨 뜻이에요?"
라고 물어보니, 우리나라에서 1999년에 처음 열린 록 페스티벌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아 여기서 느꼈다. 이 사람 이거에 진심이구나. 그래서 음악에 대해서도 매우 덕후시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x6FeNRqLog
동시에 사장님께서 9년 차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이시기도 했다. 실제 서포터즈로 활동도 하시는 아주 열성팬. 부평에 위치한 트라이포트, 그리고 인천을 서포트하는 펍. 사장님도 인천 팬. 뭔가 그 연고지와 팀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면, 부산에 한 펍이 부산 아이파크를 응원하고, 부산 팬들이 그곳에 와서 경기를 보고 함께 즐긴다면? 적어도 부산을 응원하는 축구팬 혹은 부산에 위치한 축구팬들에게 이곳은 너무나 소중한 곳일 것 같다.
그렇듯, 실제로 이 트라이포트에는 인천 팬들이 많이 온다. 인천팬들 사이에선 많이 소문난 곳이고 내가 갔을 때도 인천 유니폼을 입은 손님들이 여럿 와서 경기를 보고 가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의 지역을 상징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 팬들에겐 매우 뜻깊고 소중할 것 같다.
그리고 재밌었던 것 중 하나. 인천의 팬인 사장님은 만약 그날 인천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방문하신 고객들을 위해 파검주라는 것을 타서 선물해 준다. 테이블마다 다 돌리는 것이다. 파검주는 파란색과 검은색이 이제 인천의 상징인데, 이를 상징하는 술(샷)을 만든 것이고 공짜로 모두 주신다. 물론 안 먹는 사람들은 안 먹어도 되지만, 이게 절대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인데 이런 것들에서도 사장님의 디테일이 느껴졌다.
뭐랄까? 인천 팬분들과 함께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하는 마음이랄까. 그게 거창한 건 아니더라도,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나중에 또 이곳을 떠올리고 찾아오게 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축구펍이란 명칭보다는 음악 스포츠 펍에 더 가깝다. 둘의 차이는 뭐냐고 묻는다면, 여기는 단순히 축구를 보기 위해 찾는다기 보단 여러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뜻. 실제로 여러 다양한 스포츠들도 만약 보고 싶다면 요청을 하면 된다. 그럼 사장님도 운영시간 내에 있다면 대부분 틀어주신다. 실제로 농구도 좋아하셔서, 여기저기 농구 관련된 굿즈들도 보인다.
이처럼 축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을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혹시라도 축구 경기를 보고 싶은데 예약을 해야 하나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당 펍의 규모가 워낙 커서 굳이 예약은 받지 않는다고 하신다. 하지만 국대 경기라던가 챔스 결승 같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올 일이 있다면, 그때만 예약을 받는다고 하니 요즘 같은 시기에는 편하게 가봐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아무래도 부평역의 번화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차등은 매우 힘들다. 하지만, 부평역이랑 도보 3분 정도 걸리는 곳이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접근성은 매우 좋다. 술을 한 잔 하러 갈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펍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양한 술, 다트, 신나는 노래 등. 정답은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펍들이 추구하는 그런 분위기나 요소들이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는데, 트라이포트는 특별하게 포켓볼이 있었고 이는 무료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할 수 있게 구비가 되어있었다. 뭔가 이곳에서 단순히 앉아서 술만 마시다 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함께 친구들이랑 시간도 보내고 즐기다가 가라는 사장님의 뜻인지는 모르겠다.
이유를 불문하고, 트라이포트에 구비된 다트나 포켓볼 등은 신선해서 좋았다. 실제로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축구가 끝나고 나서 친구들끼리 놀러 온 사람들이 맥주 한잔 들고 다트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역시 펍답게, 정말 다양하고 많은 술들이 즐비했다. 안주도 그만큼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지만 사람들이 여기서 식사를 하기 위해 오기보단 한잔 2-3차에 오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정말 인천 팬이라면 꼭. 그리고 축구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가보길 추천한다. 너무 재밌는 경험이었고, 하나의 팀을 같이 응원하는 그 자연스러운 재미가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인천이란 팀을 중심으로 분명히 있었다. 그 펍이 추구하는 느낌과 가치가 온전히 나에게 와닿은 지는 몰라도, "아 나도 K리그에 관심 갖고 더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ㅣ트라이포트
인천 부평구 시장로 12번 길 7 5층
18:00-05:00
*빅경기 있을 경우 영업시간 연장.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 코리안 야야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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