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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 야야뚜레 Aug 03. 2024

축구로 친구가 된다는 것.

FF Vol.2를 마치고 나서의 후기.

FF(Football Friends)의 

탄생은 이러했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공 하나만 던져주면 운동장에서 누구나 뛰어놀았다.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도 '축구팀'이라는 이유로 함께 몰려다녔다. 대학교와 군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축구를 하면서 또 축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친해지고 친구가 되었다. 같은 관심사가 있다는 것은 친구가 되기 위해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었다. 그게 나한텐 축구였던 것이고. 


30대가 넘었다. 비즈니스적으로 만나는 많은 관계들, 명함을 주고받고 헤어지면 기억 못 하는 사람들. 이런 피상적인 관계들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다 보면 서로 계산적으로 주고받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옛 기억이 내게 불쏘시개가 됐다.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나는 축구를 좋아했기에,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렇게 FF Vol.1이 탄생했다. 쉽게 말하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편하게 놀자'의 네트워킹 파티였다. 그 모임은 과연 어땠을까? 1년 전에 내가 썼던 글을 한번 확인해 보자.


하나는 모임을 열면서 들었던 생각을, 하나는 모임이 끝나고 난 후기였다.


https://brunch.co.kr/@koreanyayatoure/101

https://brunch.co.kr/@koreanyayatoure/105




Vol.2는 증명을 

해야 하는 자리였다.


말이 웃기다. 내가 뭐라고 누구에게 '보여주고 증명해야 한다는 것인지...' 그 대상은 오직 나였다. FF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사람도 나였지만, 뛰어넘고자 하는 유일한 대상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1년 전에 FF vol.1이다. 그 당시 좋았던 것도 많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그 기억들을 되살리면서 이번 FF Vol.2를 준비했다. 누가 보면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냥 편하게 만나서 맥주나 피자 마시면서 즐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근데 '기획력'이라는 것은 깊이 고민하고 세상에 내놨을 때 그 힘을 기를 수 있다. 그렇게 FF vol.2 기획을 시작했다. 


이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나의 Why는 무엇이었을까. vol.1때도 마찬가지였지만, vol.2도 같다. '축구로 서로 연결되고, 친구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경험에 비춘 믿음이 모임의 시작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그렇다면 나는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고 싶었을까? 가지로 정리할 있다. 재밌게 즐기고 자리를 떠났을 '축구 친구 1명'을 얻게 만드는 것. 친구랑 축구 이야기를 수도 있고, 축구 직관을 보러 수도 있고 등등 어떤 용도여도 상관없으니 명이라도 얻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이 처음과 끝 두 가지를 세팅하고 나니 그 안에 들어가야 할 것은 명확했다. 우리의 Why를 잘 담으면서 동시에 우리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만드는 것. 심플하다. 이 두 가지의 꼭지만 잡아놓고 기획을 시작했다.


이번 FF vol.2의 메인 포스터. 




본질에 대한 접근을

먼저 시작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그 아이디어의 맥락이 중요하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란 그 맥락과 배경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발하고 신박한 아이디어가 꼭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본질에 대해 먼저 깊게 고민했다.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 친해질까?" 


사람들이 이 모임에 참석해서 친구를 만들 수 있게 만들려면, 말 그대로 '인간은 언제 서로 친해질까?'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그 종류를 리스트업 해보았다.


1. 당장 눈앞에 힘든 역경과 고난을 함께 극복해 나갈 때. 

    훈련소 동기나, 고3 수험생 시절 친구들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눈앞에 닥친 힘듦을 함께 이겨낼 때

    사람들은 친해진다.


2. 비슷한 맥락에서 '하나의 팀이 어떠한 과제를 수행해 나갈 때'

    대학교 팀플이나 대외활동, 공모전 등 특정 시간 안에 퍼포먼스를 내야 할 때 미친 듯이 바쁘지만 그 순간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청나게 친해진다. 


3. 공통 관심사를 서로 지속적으로 공유할 때.

    유기견 봉사활동을 한다던지, F45처럼 운동이라는 관심사로 뭉쳐 시간을 함께 보낼 때 우리는 서로 친해진다.    


물론 여기에 답은 없다. 하지만 내가 FF vol.2 안에 들어갈 '아이디어'를 내는 데에는 여기서 착안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행사 핏에 맞는 것들을 찾았고 그 아이디어를 조금씩 디벨롭 해나갔다. 그리고 그 본질에 대한 접근을 깊게 고민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었을까? 전체 개괄적으로는 매우 간단하다.

1. 아이스 브레이킹

2. 조별 게임

3. 이벤트

4. 자리 체인지

5. 조별 게임.

6. 프리 네트워킹.


이렇게 써놓기만 해도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감이 올 것이다. 이제 이 안에서 어떤 것들을 어떻게 했는지가 사실 더 중요한 것인데, 앞서 위에 기재한 것처럼 우리의 처음과 끝만 생각했다. 그럼 각각 어떤 포인트들을 기획했는지 한번 설명해 보겠다.




모임을 진행했던 장소, 최대한 축구와 다른 느낌을 오히려 주고 싶었다.





명확한 하나의 목적만을

상기했다.


1. 자기소개를 할 때에도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 게 좋았을까?' 한 명씩 돌아가면서 조별로 자기 소개하세요가 국룰이라면, 그 방식을 탈피하고 싶었다. 탈피하고 싶다는 고집이 아니라, 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였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자기소개가 존재하는 것인데, 단순히 소개만 했을 때 그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별로 둘둘씩 짝을 지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정보를 '축덕카드'에 서로 적게 했고, 조별로 소개를 나와 대화를 나눈 사람을 소개하는 식으로 했다. 그래야 명이라도 깊게 이야기해볼 있고, 나를 소개하는 아니라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 이런 행사에서 게임은 빠질 수 없다. 그런데 게임을 하더라도 조별로 '퀘스트'를 깨는 느낌으로 해야만 했다. 단순히 개인전이 아닌, 팀끼리 서로 대화하고 화합할 수 있는 게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각 주제를 선택하게 하고 토너먼트식으로 구성을 했다. 하나의 라운드를 깨나 갈 때마다 서로 협동하면서 더 친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게임을 해야 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이런 토너먼트 식으로 구성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 이유는 위에서 설명했듯 본질에 대한 접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3. '사람을 찾습니다.' 조별로 앉는 것을 넘어서 공통의 관심사는 친해지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오픈 채팅방을 파서 서로의 각자 소개를 하게 했고, 행사 중간에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규칙은 굉장히 심플하고 간단하다.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을 찾는다는 걸 올리면, 내가 라이브 방송처럼 그것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아주는 콘텐츠였다. 이런 이벤트가 존재하는 이유도 '공통의 관심사는 사람들을 친해지게 만든다는 대전제'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획의 요소들이 존재했지만 핵심적으로 이 세 가지가 가장 유효했던 것 같다. 그렇게 40명이 참여한 자리에서 12시가 넘었는데도 33명이 뒤풀이를 갔다. 전혀 예상치 못했고, 그 많은 사람들이 갔다는 뜻은 어쨌든 이 모임이 재밌었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럼 이제 이 행사를 모두 마치고 나서 나의 소회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이게 뭐 내가 앞으로 잘될 거라는 확신 같은 오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적어도 기획이라는 영역에서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또 어떤 부분들을 고민하고 또 발전시켜야 하는지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았다. 


좋은 기획은 딱 하나로 귀결된다. 왜 이걸 하고, 어떤 걸 주고 싶은지. 


이 문장이 명쾌하지 않다면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한다. 단순해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몰입한다. 오프라인 행사도,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아니면 더 나아가 앱이나 웹서비스도 똑같다. 브랜드도 같은 영역일 것이다. 


vol.1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번 vol.2를 준비하면서 더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적어도 기획자로서 한 단계 스텝업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조금씩 도전해 가면서 스스로를 테스트해 볼 것이다. 그 과정이 쌓이고 성과를 조금씩 낼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이 전의 나를 계속 뛰어넘어 보고 싶다. 


그게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수확이고, 이런 작은 행사를 성공시켰다는 것에 대한 도파민이 나의 동기부여가 또 될 것이다. 스스로를 믿자.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계속 넥스트로 가려고 노력해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내가 꿈꾸는 모습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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