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루하고 긴 글을 쓰는 이유.

그렇게 FOOPS는 탄생하였다.

by 코리안 야야뚜레

대도파민의 시대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덮쳤다. 사람들은 혼이 빠진 듯 엄지 손가락으로 밤새 하나씩 넘기기 바빴고, 알고리즘은 이를 더 부채질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짧고 재밌는 콘텐츠는 눈을 사로잡는다. 본디 인간은 뇌과학적으로도 자극적인 것에 매료되고 깊이 빠져든다. 그렇게 대도파민의 시대가 열렸고, 원피스를 찾아 떠나는 루피처럼 알고리즘의 파도에 타기 위해 더 자극적인 것을 경쟁하듯 보여주는 크리에이터는 많아졌다. 도파민은 돈이 되었고, 그 돈은 더 빠르고 휘발성 있게 유행을 선도했다.


축구판도 마찬가지다. 짧고 빠른 콘텐츠들이 흘러넘쳤다. 해외 축구를 괜히 주말 예능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도파민을 폭발시킬 소스들이 매주 넘쳐난다.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는 나도 모르게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들만 소비하고 있었다. 여기서 정확히 짚고 넘어간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지역적 특색이라기보단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결국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이 되는 쪽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을 넘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휘발성이 강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축구에 어떤 도움이 될까?


크리에이터에게는 조회수와 돈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 축구에는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노출도와 마케팅적인 측면에선 유의미할 수 있다. 동시에 축구를 더 가볍게 소비하는 경향이 많아질 것이다. 물론 이것 또한 긍정적이라고 하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판을 키우는 데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이고 짧은 콘텐츠가 이 문화를 더 성숙하게 만드냐? 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축구에는 적용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하는 게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냐? 는 질문이 따라왔다.

가장 바보 같은 것이 대안 없는 비난이다. 그것은 감정적 배설에 가깝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담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던져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발전적인 이야기와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것. 지루하고 따분하지만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확신이 생겼으면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생의 모든 것은 정반합이다.


자극적이고 도파민이 터지는 콘텐츠가 범람하면 반드시 그 반대급부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반대는 지루하지만 깊이 있는 콘텐츠다. 롱블랙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전히 사람들이 책을 찾는 이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1시간짜리 팟캐스트를 듣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반합에 의거하여 지금 축구판에는 아이러니하게 '지루하지만 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글로.


그렇게 FOOPS의 방향성을 잡아갔다.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우리는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까지.

이 세 가지의 이유가 해결되었고 표현하는 방법(HOW)도 찾았다. 그럼 이제부터는 그냥 믿고 가면 된다.

그렇게 FOOPS는 지속적으로 담론을 제기하기로 마음먹었고, 축구에 대한 정보가 아닌 생각과 관점을 전달하기로 했다. 그것도 다양한 사람들의.


지금까지 해왔던 콘텐츠들이다.

아마 살짝 보기만 해도 어떤 류의 콘텐츠를 다루는지 쉽게 이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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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FOOPS의 탄생과 관련한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두 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두 가지 시작점은 모두 내가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발현된 것이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코리안 야야뚜레가 갖는 한계와 아쉬움 때문이었다.


먼저 코리안 야야뚜레는 나름의 오리지널리티를 갖은 콘텐츠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정보를 큐레이션 하는 것에 가깝다.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콘텐츠 제작에 힘을 싣기도 했기에 늘 즐거웠다. 하지만 있는 정보를 큐레이션 하는 콘텐츠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즉 진입장벽이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초등학교 다니는 나의 조카도 축구를 좋아하면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러했다. 지나친 자의식 과잉을 경계하면서도 나를 따라 하는 콘텐츠들이 많아졌고, 그것에 감사함과 경각심을 동시에 느꼈다. 고민은 시작되었고,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명쾌했다.


남이 베낄 수 없는 걸 하자.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 레이아웃, 그 안에 들어간 정보들은 모두 베낄 수 있다. 즉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단 뜻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생각과 관점은 결코 베낄 수 없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 속에서 고유성을 갖는 것은 이것뿐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진입장벽을 쌓고 싶었다.


두 번째는 코리안 야야뚜레가 달고 있는 '축구 문화 기획자'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누구도 나를 그렇게 부른 적 없고, 실재하는 직업도 아니다. 그저 처음 코리안 야야뚜레를 시작할 때 나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붙인 이름이다. 그만큼 축구 전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나 보다.


스스에게 자문했다.
나는 그렇다면 축구 문화 기획자인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러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결코 그것이 실제적인 임팩트를 낸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인게이지먼트의 노예가 된 기분이었다. 잘되면 파급력이 있고, 잘 안되면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즐기고, 이 문화를 키우는 것에 대해선 전혀 역할을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누구도 등 떠민 적 없지만 이 마음이 나를 지금까지 버티고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그렇기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하고 싶었고, 그것의 발현이 FOOPS의 시작점과도 같다. 그렇게 FOOPS에선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이 문화를 성숙하게 만들 수 있게, 그리고 더 문화를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오프라인 콘텐츠를 하고 있다. 커피클럽, 토크세션, 원데이클래스, 최근에는 살롱까지. 별에 별것 들어 다 시도해 본다.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그것들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가 중요했다.


각자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그 역할을 수행했고,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무언가를 해나가고 있다.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 그저 꾸준히 하다 보면 앞서 이야기한 실제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FOOPS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계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분명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코리안 야야뚜레는 누군가 따라 할 수 있지만,
FOOPS는 절대 따라 할 수 없다. 그것이 내 자부심이고 고집이다.


그렇게 최근 K리그와 J리그라는

주제로 살롱을 열었다.


J리그에 대해 빠삭한 호스트 준용님을 모시고, 또 흔쾌히 시간 내어 와 주신 요코하마 FC의 프런트 주원님을 모시고. 그리고 이에 관심 있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해 주셨고, 니치 한 주제임에도 관심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가 나눈 대화가 인생을 바꾸진 않는다. 하지만 축구를 깊이 있게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발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실제적인 임팩트가 있다고 믿는다. 거기서 서로 시너지가 나고 협업을 하면 더할 나위 없고.


앞으로도 아마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갈 것이다. 그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주변의 여러 도움들이 존재하기에 힘을 더 내보려고 한다. 그리고 분명 우리만의 스타일로 축구 문화를 만들어감에 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오늘도 지루하고 긴 글을 써 내려간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이라면 축구를 꽤 좋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 마음이 모여 결국 이 대한민국의 축구판을 더 크게, 더 성숙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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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홍보(?) 하나만 하겠습니다.

FOOPS 매거진에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담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편하게 연락을 주세요. 조건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축구를 좋아하고, 이 문화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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