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펍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말이죠.
"축구펍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언젠가는 꼭."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서 나중에 은퇴할 때쯤이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소소하게라도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축구 보고 싶은데..."
맞습니다. 제 이야기입니다.
축구를 20년 넘게 보고, 하고 또 즐기는 축구덕후로써 제 마음속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축구펍을 만드는 것입니다. 축구는 혼자 봐도 재밌지만, 같이 봤을 때 그 재미가 더 좋거든요.
그래서 은퇴 후 나중으로 계속 미룰 것이 아니라, 더 빠르게 만들고 싶다는 강력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혼자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제겐 펍을 만들만한 돈도, 지식도, 노하우도 없었습니다.
그럼 포기했냐고요?
가장 무식하지만, 가장 빠른 방법.
내가 축구펍을 짓고 싶다는 막연한 꿈만 꿀 것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축구펍들을 돌아다녀보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시간이 3개월 정도 흘렀네요. 주말마다 집에서 혼자 축구를 보는 게 아니라, 서울 곳곳의 축구펍에 혼자 놀러 가서 축구를 보고 있습니다.
발품을 파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보고 듣고, 사장님과도 이야기해 보고, 소비자로서 경험을 해봐야 제대로 된 축구펍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내가 축구를 좋아하니까, 축구를 잘 아니까 잘 만들 수 있을 거야" 라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그 믿음이 직접 축구펍을 다니면서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즐거운 덕질이면서 동시에 외로운 축구펍 투어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연도 안에는 전국에 있는 모든 축구펍을 방문하고 경험해 보자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죠.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여러 축구펍을 찾아보고, 직접 방문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있었는데요.
그것은 "한국에 왜 이렇게 축구펍이 없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축구펍보다는 스포츠 펍, 혹은 축구를 틀어주는 술집의 느낌이 더 강한 곳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사장님들 중에서도 축구펍을 부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았죠.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오늘은, 도대체 왜 '한국에는 축구펍이 많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그 이유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축구펍을 만들기만 하면, 축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 당연히 들 수 있죠.
이는 축구뿐 아니라 카페, 호텔, 음식점 등 많은 비즈니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축구펍의 본질은 축구를 보기 위함이죠. 혹은 축구를 보면서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일 겁니다.
이런 이상이 잘 구현되면 좋으련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적어도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말이죠. 모든 축구펍 사장님들이 고민하는 그 포인트, 혹은 앞으로 축구펍을 만드려고 계획 중인 많은 사장님들이 알아야 할 그 포인트. 그것에 대해 조금 더 면밀하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대부분 축구를 보기 위함은 해외 축구를 의미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EPL, 분데스리가, 프리메라리가, 세리에 A 등 한국의 축구팬 대부분은 해외축구팬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축구는 매일 열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통 주말에만 경기가 열리죠. 주말 저녁에만 열려도 그나마 다행입니다. 가장 빠른 시간이 저녁 9시입니다. 대부분 11시, 새벽 2-3시 이렇게 열리죠.
그렇다 보니, 한국에선 적어도 해외 축구를 보는 시간대에 대한 문제가 분명 존재합니다.
이를 바꿀 수 있냐고요? 물론 해외 축구 리그들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점점 시간을 앞당기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차'라는 것은 비통제변수입니다.
우리가 어떤 노력으로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죠. 그렇기에 가장 큰 제약 조건 중 하나는 축구가 진행되는 시간입니다. 그렇다 보니, 모든 축구펍들은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동전의 양면 같은 점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무 축구펍을 사랑하지만, 반대로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굳이 많은 펍 중에 축구펍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면, 축구 경기가 시작하면 노래 대신 경기의 해설 소리가 나오기 때문이죠. 축구를 봐야 하는 고객들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일반 손님들에게는 "잉?" 하는 포인트입니다.
사람들과 편히 대화를 하고 싶어도 사실 해설 소리가 나오면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왔다 하더라도 축구가 시작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축구 경기 중에 들어오면 "여기 축구 보는 곳인가?' 하면서 입장을 꺼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참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축구펍을 만들었는데 일반 고객들에게는 그것이 큰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직접 경험했던 축구펍의 공통적인 문제점.
축구 보는 것에 열중한 나머지(?) 돈을 많이 쓰지 않고. 특히 맥주나 술은 그렇다 쳐도, 안주는 정말 많이 안 먹는 편입니다.
축구펍 사장님들과 대화를 해봐도, 실제로 그런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축구를 함께 보기 위해 모였다 보니, 식사를 하거나 안주가 필요한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술집에 친구들과 이야기하러 술을 마시러 간다 치면 안주를 시키는 것은 거의 디폴트인데, 축구펍은 그 특성상 그렇지 않죠. 그렇다 보니, 일반 술집보다도 돈이 많이 안된다라는 점이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한국에 축구펍이 많이 없는 이유는 이렇게 총 3가지입니다.
축구펍 사장님들도 다 돈을 벌기 위해 이를 운영하는 것이고, 또 돈이 되어야 더 많은 축구펍들이 생길 텐데 현실적인 장벽들이 존재하고 있죠. 실제로 코로나 시기 때 있던 축구펍들도 그 자취를 많이 감췄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소식이 안타깝습니다.
따라서 이제 제가 해야 할 것은, 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줄이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 축구펍을 돌아다니면서 경험하고 또 이를 많은 축구덕후들에게 소개하는 것이죠.
제가 만들어야 할 축구펍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되,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겠죠. 아마 지금은 그 답을 명쾌하게 낼 수 없어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직접 축구펍을 돌아다니다 보면 언젠간 그 해답을 찾으리라 생각합니다.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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