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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 야야뚜레 Mar 23. 2023

결혼 1년 만에 퇴사하다.

이래도 되는 걸까?

"내일 출근하기가 너무 싫네..."


일요일 저녁, 혼자 속으로 되뇌인다. 무릇 나뿐 아니라 모든 직장인이 출근하기 싫을 것이다. 토, 일 이틀. 찰나의 행복 때문이었을까? 월요일은 평소보다 더 세게 느껴진다. 속으로 되뇌었던 그 말들이, 표정에서 드러났나 보다. 같이 TV를 보던 와이프가 말을 건넨다.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은 없었다. 약 3년이 조금 안되게, 비즈니스 교육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던 나. 어쩌면 대기업대신 스타트업을 선택한 것도, 규모가 크지 않고 소규모의 회사를 선택한 것도. 결국엔 나였기에 힘들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게 맞고, '회사 생활이 힘드냐?'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별로 그렇지 않다고 늘 대답해 왔다. 실제로 힘들지 않았다. 같이 일하는 대표도 좋은 사람이었고 나를 많이 배려해줬다. 그리고 급여나 보수가 크진 않았지만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그 과정에서 필연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그 믿음으로 3년이란 시간을 아웅다웅 열심히 함께 했다.


오로지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까?'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태생이 긍정적인 사람인지라, 혼자서 하는 게 많다? 그럼 오히려 좋지.라고 생각 했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어디 가서 경험하기 힘든 일이니까. 하지만 이런 긍정 믿음의 불씨가 점점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이렇게 요새 뒤숭숭하고, 출근하기가 싫을까. 많이 힘드냐?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내 인생을 사는 것 같지 않아' 조금은 추상적인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였다. 조그만 스타트업에서 함께 무언가를 일궈나간다는 것이 보람찼지만, 결국 그건 '내 것'은 아니었다. 남을 열심히 돕는 조력자의 느낌이었고, 아이템도 내 동기부여에서 발현된 것은 아니었다. 


"뭔 당연한 소리를 해?, 그걸 알고도 들어간 거 아니었어?"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친구에게 건네자,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면 할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무언가 올라왔다.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내걸 하고 싶다' 밤을 새도 좋으니 재밌을 수 있는 것. 주말에 출근해도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 뭔가 한 번 사는 인생, 도전하고 깨지고 성취하는 그런 삶. 그게 비록 미약하고 뻔뻔할지언정 내 인생을 살고 싶었다. 조금은 뜬구름 잡는 철없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실제로 이런 마음이 점점 확고해졌다. 여태 인생을 살면서 늘 내 마음속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던 나는 이번에도 한번 더 나를 믿어보기로 한다.

내 마음 속의 목소리는 늘 밝게 빛나지만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결혼 1년 만에 퇴사를 했다. 


8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 나. 주위 사람들의 축복 속에 2021년 12월 결혼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족하지는 않게 서울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소소한 행복 속에 같이 살고 있다. 평온한 호수 같았던 우리의 삶에 나의 퇴사는 큰 균열을 냈다. 지금처럼 살면 부부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스스로 불길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 불길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할 거야?" 퇴사를 결심하고 회사에 통보한 다음,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눴다. 금전적인 문제, 현실적인 안정성 등을 이유로 와이프는 꼬치꼬치 캐물었다.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려는지,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 등. 이성적이기보단 감정적인 질문들에 가까웠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와이프 입장이어도 똑같았을 것이다. 꿈을 먹고사는 건 좋은데, 꿈만 먹고살면 현실이 궁핍해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천히 내 생각을 이야기해 줬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또 현실적인 돈은 어떤 식으로 준비해 벌 것인지.' 장난과 까불기를 좋아하는 우리 커플 사이에서 오간 꽤 진지한 이야기였다. 나름의 논리와 이유를 준비했고, 와이프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심사위원처럼 듣고 있던 와이프는 '안 될 것'에만 집중했다. 


"만약 실패하면 대안은?", "그렇게 했다가 나중에 돈 못 벌면?" 

 말문이 막혔지만, 사실 다 맞는 말이었다. 틀린 말로 트집을 잡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선, 그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도 준비해 갔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어쩌면 현실의 불길을 따스함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당황해하는 나를 보더니 측은했는지 한마디 건넨다.


"그래도 한번 해봐."


8년의 연애 기간 동안, 현실적인 와이프와 낭만적인 나 사이에서 늘 갈등은 존재했다. 현실의 밥벌이를 우선하는 와이프에겐,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가진 나는 늘 허황된 사람처럼 보였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늘 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고, 와이프는 말리는 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결국 선택했고 그 결과로 증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쌓여서였을까. 이번에도 또 한 번 와이프는 날 믿어주기로 했다. 돈은 자기가 벌면 된다면서, 일단 한 번 나온 김에 제대로 해보라고 한다. "뭐라도 해 먹고살겠지" 라며 자조 섞인 응원을 건네는데, 이게 내게 정말 큰 힘이 됐다. 지금 이루고자 하는 나의 목표와 꿈, 사업이 조금 흐트러지더라도 뭐라도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언젠간 빛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렇게 결혼 1년 만에 2022년 10월에 퇴사를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 시기를 놓친다면 앞으로 영영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증명할 일만 남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남들 앞에 쪽을 팔건, 무릎을 꿇건 확신만 있다면 달려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브런치에는 내 개인적인 생각과 고민들, 그리고 사업과 꿈에 대한 이야기들을 적어볼 예정이다. 

삶에 회의감이 들 때,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에너지가 필요할 때. 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는 축구를 사랑하는 덕후이자,

언젠간 축구 사업을 하고 싶은 사업가입니다.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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