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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 야야뚜레 Mar 23. 2023

퇴사는 했다. 근데 이제 뭐 하지?

돈은 뭘로 어떻게 벌려고?

내 나이 32. 퇴사는 모두 마무리 지었다. 

지난 3년간의 좋은 추억, 힘들었던 기억. 모두 회사에 묻어두고 이제는 새 출발을 할 준비가 되었다.


"날씨는 화창하고, 커피 볶는 냄새가 희미하게 코끝을 스친다. 길거리엔 보사노바가 흘러나오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뛰어논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다. 그렇게 나는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 


아, 꿈인가? 퇴사만 하면 이렇게 행복할 줄 알았다. 이제 시간도 온전히 내가 스스로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나한테 뭐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밝고 기분 좋은 상상만 했던 나. 근데 현실도 과연 그럴까? 




퇴사한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깼다. 


일어나자마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아 오늘 뭐 하지?". 원래 같았으면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하고, 만원 버스에 몸을 실었겠지만 오늘부터는 그럴 필요 없다. 알람 소리는 그저 꺼두어도 됐고, 커튼은 그대로 깜깜하게 걷지 않아도 되었다.


깜깜함 속에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멀뚱였다. 일어나기는 귀찮고, 또 자자니 잠은 안 오고. 눈을 찡그리며 인스타를 킨다. 평상시에 맨날 봤던 사람들의 일상이 생경하게 다가온다. "나는 지금 출근 안 해도 되지롱" 속으로 약 올리는 재미가 있다. 남들 일할 때 혼자 쉬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다. 


그 뿌듯함도 잠시, 무언가 막막함이 밀려온다. "퇴사는 자고로 자기가 모두 준비가 끝났을 때 하는 것이다"라는 선배의 말이 더 깊게 다가온다. 다음날부터 뭔가 바쁘게 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그 막막함.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커피 한잔을 내려, 곰곰이 생각했다.


일단 내가 퇴사를 한 이유는 '내 것을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은 게 컸다. 이직이나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라기 보단, 내 사업을 하고 싶은 그 욕심. 그렇다면, 말마따나 '내 것'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그걸 시작하면 되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너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야?


중2병스러운 질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다. 내 것을 하고 싶은 내게는 죽어도 내가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펜과 노트를 들었다. 하나씩 써 내려가본다. "나 이런 거 좋아했지", "나 이런 거 관심 많았는데?" 쓰면 쓸수록 중구난방이 된다. 


'좋아했던 가수부터, 내가 가봤던 여행지까지.' 일단 막 쓰고 나니까 내 인생을 거쳐간 소중한 것들이 참 많았다. 근데 이건 단순히 나를 소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사업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나름의 기준을 갖고 걸러냈다.


1. 얼마나 이걸 오랫동안 좋아했는가.

2. 이걸 위해서 돈을 얼마나 썼는가.


이 두 가지의 기준이다. 기준을 놓고 보니 많은 것들이 걸러졌다. '힙합'은 정말 나를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좋아해 왔던 것이다. 중2 때부터 친구들이 SG워너비와 버즈에 빠져있을 때, 나 혼자 드렁큰 타이거를 좋아했다. 그 지독한 홍대병스러운 취향은 십여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그런데, 돈을 써본 기억이 많이 없다. 1-2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콘서트정도. CD를 사거나, 굿즈를 산 기억이 많이 없다. 그래서 탈락.


'LP'는 내가 돈을 엄청 많이 투자한 취미다. 아날로그 한 취향을 저격한 이것은 틀어놓기만 해도 딴 세상에 온 듯했다. 그리고 거기에 술까지 곁들이면 이만한 갬성적인 게 없다. 그래서 열심히 LP를 모으고, 또 플레이하면서 수집했다. 근데 이 취미, 정확히 6개월 갔다.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6개월은 긴 시간으로 볼 수 없다. 그래서 탈락. 나는 진정 이 교집합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의외로 교집합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축구였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좋아한 축구. 지금도 사회인 축구팀 3개에 속해있다. 주말 아침마다 축구를 하고, 또 저녁엔 축구 경기를 본다. 참 일관성 있게, 축구를 꾸준히 좋아헀다. 어쩌면 좋아했다는 말보단 그냥 생활 그 자체였다. 그래서 첫 번째 기준은 쉽게 통과.

해외축구 보기, 일주일을 기다리는 나의 유일한 낙.

축구는 의외로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구장 대관비, 팀 회비, 축구화&풋살화, 심지어 유니폼까지. 내가 여태 사모은 유니폼만 10벌이 넘는다. 또 한 팀 당 한 달에 2-3만 원은 회비를 낸다. 그 금액이 크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지만, 아마 축구 관련된 돈만 여태 모았어도 중고차 한 대는 뽑을 수 있었다. 이렇게 두 번째 기준도 통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얼마나 좋아했는지 고민한 경험이 없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의 취향이 얼마나 다채로웠는지, 또 알게 모르게 새고 있는 돈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축구'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마음먹게 된다.




"좋아하는 걸로 사업하면 

그게 싫어진대"


주변에서 이런 말이 들린다. 왜냐면 일이 되는 순간, 그 취미마저도 더 이상 취미가 아니게 되기 때문.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이유와 포인트를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데, 조금은 생각을 바꿔보자.


'돈을 못 벌 때도 버틸 수 있으려면'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사업은 돈을 벌 때도, 못 벌 때도 있다. 또 잘되면 좋겠지만, 잘 안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괜히 사업가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존버'인 이유다. 근데 좋아하지도, 또 관심도 없는 것. 하지만 돈이 될 것 같은 것으로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땐 돈이 된다면 신나서 하겠지만, 과연 돈이 안 되는 순간.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 생각은 좀 더 확고해졌다. 초심이 흔들릴 땐 내 '과거'를 떠올려 보려 한다. 지난 과거의 내가 여태까지 좋아했던 것이라면, 믿고 가볼 수 있다는 마음. 그 마음이 참 중요하다.


그렇게 '축구'와 관련되어서 무슨 사업을 할지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저는 축구를 사랑하는 덕후이자,

언젠간 축구 사업을 하고 싶은 사업가입니다.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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