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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 야야뚜레 May 13. 2023

새벽 4시에 일어나 축구를 보는 이유.

내가 사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낭만 때문에 축구에 열광한다.

축구를 보는

이유가 뭘까?


"그깟 공놀이 왜 보냐?"

새벽 4시에 축구를 보고, 다음날 골골 거리는 나를 보며 친구가 묻는다. 주말 저녁이나, 밤에 하는 걸 보는 건 이해한다지만 평일날 열리는 새벽 경기까지 굳이 챙겨봐야 할 이유가 있냐고. 축구에 미친놈이라며.


사실 친구 말도 맞다. 주말 밤이야 뭐 맥주 한잔 하면서 쉴 겸 본다고 쳐도, 평일날 경기는 다음 날이 하루 종일 힘들다. 새벽 4시에 경기를 하면, 3시 40분에는 일어나야 하고 끝나면 6시다. 다시 잠자리에 들기도 애매하다. 그냥 그대로 씻고 출근을 하거나 일을 시작한다. 그럼 점심 이후에는 아주 죽을 맛이다. 


집에서 새벽 4시에 봤던 레알 VS시티 경기.

내가 축구를 특별히 좋아해서 나만 이러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에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 중 정말 이런 사람들이 많다. 문득 친구의 물음에, 이렇게 현실의 삶에 무리가 가면서까지 축구를 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축구를 그냥 순수하게 사랑하는 내게 스스로 질문을 던져봤다.


"맞아. 그깟 공놀이긴 하지."

공 하나 던져주고 22명이 뛰어다니는 축구. 골도 자주 안나는 2시간이란 시간은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 선수의 플레이에 열광하고, 팀워크에 환호할 수 있고 또 가끔 들어가는 원더골에 감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는 비단 축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

팀 스포츠에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현실의 삶에서 

느낄 수 없는 것.


현실을 살다 보면 소위 말해서 '각'이 나온다.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어떤 걸 시도하고, 또 도전한다. 큰 포부를 갖고 해도 그 삶은 매우 치열하고 고될지언정 갑자기 '삼성 회장 이재용'같은 삶을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자신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살아간다. 상사에게 까이고, 아랫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그 자리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또 안정적으로 지킬지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이고, 이런 삶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것이 '어른이 되는 길'이라며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스스로를 위안한다. 

이런 삶이 결코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큰 꿈이 있다. 아니 크지 않더라도 이루고 싶은 목표라는 것이 있다.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고 싶을 수 있고.
-건물주가 되는 게 꿈일 수 있고.
-지금은 회사원이지만, 미술을 좋아해 예술가로 살고 싶을 수 있다.
-아니면 더 평범하게 화목한 가정을 꾸려, 안정적인 삶을 지키고 싶을 수도 있고.
항상 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간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지만, 더딜 뿐이다. 하지만 계속 더디다 보면 그 더딘 것에 내 삶을 투자하고 싶지 않아 또 현실에 안주한다. 그러면서 다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위안한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고 편하고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둔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런 삶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기적'이다.


말 그대로 같은 일상 속에서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드라마틱한 일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축구에는 '기적'이 있다. 그리고 그 기적은 우연이 아니라, 스스로를 갈고닦은 선수와 팀의 몫이고

바위에 부딪히는 계란이지만 "언젠간 깨질 거야!"라는 투지가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바위에 금이 가는 순간, 공은 둥글기 때문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그 감정, 축구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축구를 보는 이유이다.




최근에 

기적이 일어났다.


지금은 비록 보잘것없지만, 꿈은 큰 내게 축구는 더 크게 다가온다. 나만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지만, 속도도 더디고 그것이 옳은 방향인지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확신은 있지만, "내가 너무 큰 꿈을 잡은 걸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그래도 믿는다.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남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그걸 이루고자 하는 나는 이걸 무조건 믿고 확신할 것이다. 그렇게 믿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근데 최근에 축구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세리에 A의 나폴리라는 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김민재 선수가 이적한 곳으로 잘 알려진 이 팀. 이 팀이 우승한 게 왜 '기적'이냐고? 


물론 '기적'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과장된 것은 맞다. 왜냐면 이탈리아 해당 리그에서 늘 강팀으로 위치해, 우승권을 호시탐탐 노리던 다크호스였으니까. 최약체팀이 우승한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나폴리의 이번 우승은 매우 특별하다.
하지만 이 나폴리, 마지막 우승이 33년 전이다. 

그 당시에 활약했던 선수가 잘 알고 있는 '디에고 마라도나'. 33년이란 동안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리그 우승이란 타이틀을 이제야 다시 차지한 것이다. 수십 년간 이 팀의 선전을 위해 서포트해 온 팬들에게는 평생을 기다려온 숙원 사업일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해당 시즌을 시작할 때 걱정이 많았다. 왜냐면, 그동안 나폴리라는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나이, 연봉 등의 이유로 다른 팀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주축 멤버의 이탈은 결국 새로운 멤버의 영입으로 이어졌는데, 메가급 대형 이적을 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금액으로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을 데려왔다.


그러니 나폴리를 응원하는 여러 서포터즈들은 걱정이 컸을 것이다. 너무 스쿼드가 약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 멤버로 어떻게 우승 경쟁을 해볼 수 있을지. 이번 년도 또 놓치는 건가.라고 생각했겠지만 이게 웬 걸? 초반의 강력한 기세가 시즌 중반까지 이어졌고, 결국에는 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 지었다. 심지어 유럽 대항전 챔피언스리그의 8강까지 진출하며, 나폴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개인적으로 이런 역사적인 우승의 주축 멤버로, 김민재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정말 정말 뿌듯하다.


> 나폴리의 우승과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 보러 가기.



축구에

나를 투영하다.


하나의 팀이 약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리그를 치르면서,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한다. 선수들의 호흡과 감독의 전략은 계속 발전해야 하고, 꾸준해야 결국 우승을 할 수 있다. 나폴리의 우승은 내게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자신들의 축구를 구사하면, 언젠간 기회는 온다"


특별한 전술이나, 대대적인 자본의 투입 없이 나폴리는 자신들의 색깔을 유지한 채 이번 시즌에도 임했다. 하지만 다른 우승권 팀들의 부진과 이적생들의 활약에 힘입어 결국 우승이란 쾌거를 달성했다. 그 우승은 결국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고, 그저 꾸준히 본인만의 것들을 하다 보면 기회는 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33년 만에 우승한 나폴리처럼, 얼마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는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축구에는 유독 스토리가 많다. 다쳤던 선수가 재활을 해서 전성기의 폼을 되찾는다던가, 감독과 선수의 우정, 구단과 구단이 갖는 라이벌 구도. 또 한 선수의 이적과 이적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여러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이 경기를 더 몰입하게 만들고,
축구를 새벽 4시에 보는 이유도 이런 스토리 때문이다.
축구엔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스토리가 있고,
 또 그 스토리는 종종 낭만을 만들어낸다.
그 낭만 때문에 축구를 사랑하게 된다.

시간은 흐르고,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은 많겠지만 나만 꾸준히 하면 된다.



저는 축구를 사랑하는 덕후이자,

언젠간 축구 사업을 하고 싶은 사업가입니다.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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