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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 야야뚜레 May 29. 2023

축구 유니폼 500벌 모은 사람의 이야기.

다 합치면 700벌...

축구 덕후라면

한 번쯤...


꿈꿔 봤을 일이 있다. 사실 축구뿐 아니라, 어떤 특정한 영역을 사랑한다면 무언가를 계속 모은다. 그게 축구공이 될 수도 있고, 축구 유니폼이 될 수 도 있다. 그리고 우표나 스타벅스 텀블러, LP 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덕후'라고 부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순수하게 덕질하면서 모은 것일지라도, 남들이 봤을 땐 입이 떡 벌어진다. 


감탄하고 대단하고 느끼는 것은 그게 하루아침에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무언가 남들에게 자랑할 만큼 수집을 했다면 1달? 6개월? 이렇게는 전혀 불가능하다. 적어도 2-3년, 길게는 10년 동안 모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더 긴 시간 동안 모으신 분들도 봤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하나에 꽂혔다는 것과 이를 위해 돈을 지불했다는 그 사실이 입이 떡 벌어지는 이유기도하다.


이번에 축구 덕후 한 분을 우연치 않은 기회로 만나 뵙게 되었다. 친분이 전혀 없는 사이이고, 인스타로만 팔로우하다가 "아 이거 대박인데?" 했던 게시글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축구 개인 전시'였다. 뭐 전시가 얼마나 대단하냐? 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전시라는 것은 전시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감도도 높고,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기에 한 번 개최하는데 엄청난 공수가 들 수밖에 없다.

세론 님의 전시 포스터.


그런데, 그걸 혼자서? 이게 나의 감동 포인트였다. 왜냐면 주변에서 축구 관련해서 전시를 하는 경우는 종종 보았지만, 단체 차원에서 하거나 아니면 기업 단위로 이를 진행했다. 조금 더 자유롭게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것이 절대 나쁘거나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그냥 혼자서 개인 전시를 위해 사비를 쓰고, 세팅하고, 장소나 홍보 등도 알아본 그 마음이 와닿았다. 정말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한다는 그 순수함이 반가웠고, 응원하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다녀가보니 비록 조그만 전시장이었지만 이 사람이 얼마나 축구란 것에 진심이었는지는 공간과 상관없이 묻어 나왔다. 


오늘은 이런 축구 덕후의 스토리를 한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축구 전시는

왜 여신 거에요?


가장 궁금했던 것. 본인이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겠지만, 조금 디테일하게 궁금했다. 이런 개인 전시를 도대체 왜? 열게 되었을까. 돈이 조금 드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저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저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에요?"


축구를 사랑하고, 또 이렇게 하나의 팀을 응원하고 동시에 축구 유니폼을 자주 입고 다니는 사람이요. 실제로 축구 유니폼을 좋아하는 이유가 직관적으로 이뻐서였다. 입고 다니기 괜찮고, 운동복처럼 편하니까. 그렇다 보니 실제로 본인의 말에 의하면 경조사를 제외하고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다니신다고 한다.


유니폼만 모으시는 게 아니라, 정말 이것저것 너무 많다.


그렇게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8년간 하나 둘 축구 유니폼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한 500벌 정도의 유니폼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 트레이팅 키트나 잡다한 다른 것까지 다 합치면 700벌 정도 된다고 한다. 정말 미쳤다. 하나에 10만 원만 잡아도 거의 7천만 원이다. 외제차 하나 값은 여기에 쏟은 건데, 실제 금액이 어떤지는 몰라도 축구를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렇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축구란 어떤 의미일까. 소중하면서도, 내 돈을 앗아가는 애증의 마음일까? 아니면 정말 그냥 재밌고 좋아서 계속 떠오르는 그런 것일까? 둘 다 뭐 크게 상관없지만, 이 분께 축구는 그냥 삶 그 자체였다.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나에게만 재밌을 수도 있다...)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시는 편인데, 항상 축구화를 캐리어에 챙겨간다고 하신다. 그 이유는 현지에 가서 현지분들과 축구를 하기 위해서. 그래서 여행을 가도 축구장을 먼저 찾으신다고 한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지, 해외여행을 가는데 축구화를? 하지만 그에겐 그게 당연했던 것. 그렇기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가도 축구를 테마로 떠나시는 모습.





여기서 가장 아끼시는

유니폼은 뭐예요?


대화를 나누고, 전시를 구경하면서 물어봤다. 이 많은 유니폼 중에 가장 애정하고 또 소중한 유니폼이 있는지. 그랬더니 주저하지 않고 하나를 가리켰다. 그건 바로 수원삼성에서 고종수가 뛰었던 시절, 그 당시 수원의 유니폼이었다. 고종수가 마킹되어 있는. (실제로 수원삼성의 찐팬이시다)


20년도 더 된 이 유니폼, 망사로 된 게 매우 특이하다. 그리고 어릴적 샀다보니 작은 사이즈라 입지는 못하신다고 한다.


이게 왜 특별한지를 여쭤보니 이유는 딱 하나였다. 인생 처음으로 가져본 축구 유니폼이었기에. 엄청 어렸을 적, 부모님이 사준 그 유니폼이 본인의 인생에서 첫 유니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게 가장 소중하다고. 


누군가에게나 다 첫 번째는 있다. 그게 무엇이든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고. 또 큰 의미가 없어도 저절로 의미가 부여된다. 왜냐면 그게 내 인생에 첫 번째이기 때문. 


축구와 관련한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는데, 그저 행복했다. 왜냐면 나도 축구를 좋아하지만, 대화하는 내내 그의 눈동자에 비친 초롱초롱함이 보여서였다. 이렇게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이 더 많이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어쩌면 우리는 축구로 더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스토리를 내가 이렇게 알리는 것이 조금이라도 그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혼자 설치하고, 또 철거하고, 대관하고 비용을 지불하고 하는 일들이 번거로웠을텐데 불구하고 이렇게 뜻깊은 전시를 보여준 것에 대해 한 명의 축구 덕후로서 응원한다.


23.5.27-28일 양일간 연남동에서 열린 전시
SERON-ing; Locker-Room

> 세론 님 개인 인스타 바로가기 

입구에 들어가면 보이는 장면.

저는 축구를 사랑하는 덕후이자,

언젠간 축구 사업을 하고 싶은 사업가입니다.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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