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럽게, 또 지독하게.
"나 다운게 뭔데?"
"아니 그러니까, 나답다는 게 뭔데 도대체?"
참고로 중학교 2학년은 아니다. 그리고 이게 누구한테 언성 높이면서 하는 말은 아니다. 나 스스로와의 대화 속 질문이다. 참 오그라드는 이 말. 내가 요새 가장 꽂혀있는 질문이자 아젠다이다. 정말로 나답다는 것에 대해서 계속 탐구하고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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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데?"
와이프와 산책을 하면서도 '나 다운게 뭘까?', '나 다움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구시렁거리는 나를 보며 우스갯소리로 꾸짖는다. 맞는 말이다. 제 3자가 봤을 때는 얘 왜 이래?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이에 대해 몰두하고 있다. 도대체 나, 왜 이럴까?
정답은 딱 하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다움이 없다면 브랜드든, 개인이든, 서비스든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오래 살아남는 게 그럼 왜 중요하냐? 고 물어볼 수 있다. 바짝 돈 벌고 빠지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 사랑받는 브랜드를 오래도록 키워서 정말 세상에 임팩트를 주고 싶다. 그렇다 보니 여기에 관심이 생기고 또 그 관심을 어떻게 하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만 주야장천 고민 중이다. (그리고 욕심이지만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이런 진심이 담긴 사람들과만 일하고 싶다.)
특허를 받은 기술, 최소 5억 정도의 자본, 서카포 출신의 팀원들."
이런 게 지금 나한테 당장 있었다면 나다움에 대해서 고민을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긴 했을 것이다. 왜냐면 아무리 뛰어난 백그라운드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는 것은 브랜드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비자는 효용성에도 관심이 있지만, 이 팀의 맥락과 스토리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헌데, 나는 저 세 가지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그렇다 보니, 적은 자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야 했고 그 방법에 대한 내 결론은 나다움이다. 그게 없어지게 된다면 결국 다른 인스타그램 계정이나 서비스와 똑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고, 나를 굳이 팔로우하고 소식을 기다리는 팬이 될 이유가 없다. 왜냐면 내가 아니어도 대체재가 너무 많으니까.
그렇기에 더 고집스럽게, 또 더 지독하게 나다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나다움이란 것은 '나의 철학+보여지는 것들+콘텐츠의 맥락' 등이 시간이 쌓였을 때 비로소 완성이 된다. 아니, 완성된다는 표현보다는 그제서야 구색을 갖춘다. 그리고 계속 꾸준히 똑같은 톤 앤 매너로 어필을 해야, 이 브랜드나 서비스에 대해 사람들이 기억하기 시작한다.
그럼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현재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나다움을 갖기 위해선 딱 세 가지가 필요하다.
- 나의 철학.
-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 어떤 콘텐츠를 할 것인지.
이 세 가지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비로소 '나다움'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각각에 대한 내 생각들을 정리할 겸 끄적여본다.
나의 철학. 축구는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 줄 수 있는 매개체이다. 또 축구로 사람들은 친구가 되고, 더 많이 또 더 즐겁게 사람들이 이를 즐겼으면 좋겠다. 왜냐고? 내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축구는 내게 많은 행복한 순간을 선물해 줬고 축구로 친해진 친구들과 지금까지 연락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축구를 잘하고 싶다, 또 재밌게 보기 시작한 근본적인 원인도 친구들과 함께 친해질 수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콘텐츠의 보여지는 결은 정제되고 깔끔한 톤 앤 매너를 보여주고 싶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내용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느낌. 그리고 나란 사람이 축구에 진정성이 있고, 또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면서 '임팩트'를 주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단순히 재미나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 계정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아 이 사람은 축구에 뭔가 진심인가?" 하는 생각을 느끼게 끔 하는 것.
어떤 콘텐츠를 할 것인지. 딱 한 줄로 정의하자면, 나의 계정을 나중에 팔로우하더라도 정독해 볼 수 있는 콘텐츠들. 즉 시의성에 의존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축구에 대한 정말 알면 좋은 것들과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콘텐츠. 네이버 스포츠 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사형 콘텐츠가 아니라, 축구 찐 커뮤니티에서 공수를 열심히 들여서 쓴 글 같은 콘텐츠. 그리고 그 커뮤니티에서는 그 사람의 글을 기다리게 되는 것처럼, 네이버 뉴스가 아닌 그런 사람이 만드는 콘텐츠를 할 것.
이제 스스로에 대한 정립과 생각은 마무리 됐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쭉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꾸준히. 나이키가 Just do it!이라는 자신의 기업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만들고 6개월만 홍보하다가 다른 메시지로 바꾸었는가. 그렇지 않다. 하나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계속 던지면서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이 메시지를 기억시키는 것이다.
이런 대단한 기업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보잘것없는 조그만 개인일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이란 영역에서만큼은 저 세 가지를 지속적으로 추구를 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여러 협업과 다양한 기회들이 존재함에도 '나스럽지' 않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내 고집이다. 물론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런 기회들을 최대한 '나스럽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런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계속 또 고민하고, 기획하고 또 시도한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주고 또 나를 기다리는 순간들이 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내가 제대로 된 임팩트를 던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아직 그런 순간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럼 오늘도 나답게 쭉 가자.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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