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로 그 씁쓸함. 정신분석 상담을 받았다2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의 치료일지08

by 박모씨

오늘은 조금 기운이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씁니다. 계속해서 조금 나아졌다가, 도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조금 나아지는 날이라고 해서, 기분이 좋고 거뜬히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날이 아니라, 일어나서 청소와 빨래를 하고 밥을 해먹을 수 있는 기력이 나는 날이 괜찮은 날이라고 표현할만한 상태입니다.

최근 살이 찌는 바람에 제 자신이 너무너무 한심하고 싫습니다. 그냥 창문밖으로 걸어나가고 싶습니다. 먹고싶은거 다 먹는것도 아니고 꾸준히 운동도 하는데 살이 쪄버리고 그냥 죽었으면 좋겠어요.


내원하여 상담을 받기 시작한 지 5회차가 되어갑니다. 답답한 마음이 큽니다. 정신분석학적인 상담을 주로 하여 받고 있는데, 내담자와 상담사 사이에 관계 형성이 중요하고, 상담사가 소극적으로 응하는 상담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이트식의 접근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저의 무의식을 끌어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이는 주 1회 30분의 시간으로는 턱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제 속마음을 터서 이야기하는 것에 많은 부담감과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므로, 상담의 대부분 시간이 침묵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뭐라도 이야기해야 하는데, 저는 저에게 있었던 일들 말고는 말할 것이 없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고, 제가 거기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저는 당장 그 상황을 생각하기도 힘들고 무언가 말을 하기도 힘듭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제 생각을 정리하고 저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종의 journal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는 데 쓰이는 치료 방법의 하나로 쓰이기 때문에 혼자로나마 열심히 이야기해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쉽지 않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숨이 턱턱 하고 막히는 느낌입니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 남들의 시선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그렇다. 이유는 여러 가지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고통받아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저는 제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지금 상담과 복약을 따로 하는 상황도 다른 전문의 선생님들이 보시기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의사 선생님들을 항상 믿음으로 대합니다. 그들의 진단과 약물선택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다르다고 해서 제 예후가 달라지더라도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저와 맞지 않았거나, 잘 맞았을 뿐이라고 생각하지 누군가의 잘잘못이 있어서 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상담만큼은, 관계 형성에 대해서 제가 회피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이렇게 두 곳을 방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외출을 더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온종일 하는 게 없는 것 같아 한심하거든요.


허무한 날들의 연속입니다. 이유를 찾으려 하면 안 되는 부분에서 제가 이유를 찾고 있으며 다들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자살할 기력이나 계획을 짤 실행능력이 있었으면 덜 괴로웠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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