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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씨 Nov 09. 2020

의료사고를 당했다.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의 치료일지09

제 글을 읽어보신 분이시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약물치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는 편입니다. 가장 큰 것은 의료진에 대한 믿음이고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왜곡된 생각을 하는 편이고, 이에 대해서 듣는 충고나 조언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를 깨트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의료사고입니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수면제를 처방받아도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있어서 잠을 유지하는 약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항우울제들이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약을 10시 이전에 꼭 챙겨 먹으라는 처방 지시 또한 받았습니다. 약을 먹고 났더니, 웬걸 너무 많이 자 버리는 데다 어지럽고 갈증이 났습니다. 바뀐 건 약밖에 없는데, 예전에도 한 알 용량으로 먹었던 약인데 너무 어지럽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목요일에는 기어이 반차를 냈습니다. 생리 때문인가 싶어 내과에 가서 빈혈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조제 실수로 인한 약물 부작용이었습니다.


수면제가 들어가야 하는데, 개시용량이 0.25mg인 조현병약이 3mg, 즉 12배 처방을 받아먹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어지럼증이 계속되어 병원을 쟤네 원하여 리스페리돈 3mg이 들어간다고 하니 그 약은 처방되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아니라고, 주황색 RSD 3이라고 적혀져 있는 약이 들어가 있다고 하니 약을 도로 다 들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약은 먹지 말고 토요일에 내원 하라고 하셨습니다.

아래 주황색 약이 잘못 들어갔습니다.

미안하다고, 젊은 여자에게서 더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었는데 어지러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잘못 조제된 약이 제 손에 당장 있는 것이 아니어서 더 이야기할 수 없었고 그냥 퇴원했습니다. 사실, 수면제나 조현병약들은 색상이 화려한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띄는 색으로 제품이 나오는데, 형광 분홍색인 수면제와 헷갈려서 개시용량의 12배나 되는 약을 먹고 일주일 내내 고생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속상했습니다. 저는 괜찮고 싶어서 병원에 다니는 건데, 누군가의 실수 때문에 5일이 넘도록 고생을 해야 했다니, 제가 무슨 약인지 알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고 가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망정이지, 사람 한 명 잡을 뻔했습니다

처방전 상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정신과 특성상 병원에서 조제되는데 의사가 약을 짓진 않고 병원 계산대 업무 보는 선생님들이 조제를 했고,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입니다. 당장 어찌할 줄을 몰라서 의료과실분쟁조정위원회에 전화하니를 하니, 제가 충분히 쟁의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확인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은 먼저 병원 측이랑 배상에 대한 합의를 보라고 하시더군요.

당장 내일이 본래 예정이었던 내원 일인데, 가서 고함을 지르고 울고 싶기도 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습니다. 제5일간의 생활과 내과 검사 비용, 오가는 차비, 반일 휴가를 낸 것까지 모두 보상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병원에 가는 생각만 해도 공황 증상이 올 것 같아 가기가 싫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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